"지난달 루마니아 등 공격한 해커단체 '킬넷'이 배후 자처"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이탈리아 상원을 비롯한 주요 기관들의 웹사이트가 11일(현지시간) 친러시아 성향 해커들의 공격을 받았다고 현지 뉴스 통신 ANSA,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탈리아 최대 뉴스통신 ANSA는 '킬넷'(Killnet)이라는 해커 단체가 이번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임을 주장했다면서 국립 고등보건연구소(ISS), 이탈리아자동차협회(ACI) 등 총 7개 단체가 표적이 됐다고 전했다.
ANSA는 킬넷이 분산서비스거부(DDoS·디도스) 공격을 했으며 이탈리아 상원과 ISS 웹사이트 등이 이날 수 시간 동안 접근이 차단됐다가 저녁 8시께 접속이 다시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엘리자베타 카젤라티 상원의장은 관계 당국의 즉각적인 대처 덕분에 해커의 공격에도 아무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면서도 "이번 일은 과소평가해서는 안 되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킬넷의 공격 대상 중 하나였던 것으로 알려진 이탈리아 국방부 사이트 역시 한때 접속이 되지 않았다. 다만, 이탈리아 국방부는 성명을 통해 사이트 접속차단은 오래전부터 계획한 점검 작업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현지 뉴스통신사인 AGI는 해커들이 유럽의 최대 팝 음악 축제인 유로비전 경연대회의 홈페이지를 상대로도 해킹을 시도했으나 무위에 그쳤다고 전했다.
올해 유로비전 대회는 예술과 산업이 고루 발달한 이탈리아 북부 토리노에서 진행 중이며 우크라이나 출신 밴드가 결선에 진출한 상태다.
러시아가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상당수 서방 정부는 정보기술(IT)시스템과 기간시설을 상대로 한 러시아 측의 사이버 공격을 우려해 경계수위를 높여왔다.
이탈리아에서는 3월 하순에도 국영철도공사(FS)가 사이버 공격의 표적이 된 것 같다면서 승차권 판매를 한시적으로 중단했다. 지난달에는 이탈리아 생태전환부가 외부 위협으로 인해 IT 시스템 전체를 차단할 수밖에 없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번 공격의 배후를 자처한 킬넷은 지난달 루마니아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문제 삼으면서 루마니아 정부 웹사이트를 공격한 전력도 있다고 AFP 통신이 현지 사이버보안 당국을 인용해 보도했다.
루마니아 정보 당국은 이 단체가 미국과 폴란드, 체코, 에스토니아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이트도 노렸다고 밝혔다.
한편, 이탈리아에서는 작년 8월에도 수도 로마 일대가 대규모 사이버공격을 받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예약이 중단되기도 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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