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전쟁 장기화에 서방 단일 대오에 균열 조짐"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우크라이나를 향한 군사적·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러시아를 상대로는 혹독한 재제를 부과해온 서방의 단일대오에 균열 조짐이 일고 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2월 24일 러시아의 전격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2개월 반이 지나면서 장기화 태세로 진입하자 유럽과 미국 사이에 뚜렷한 의견 차이가 대두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우크라이나가 당초 우려와는 달리 러시아의 초반 공세를 저지하며 러시아군에 타격을 입히자 미국은 지난달 로이드 오스틴 국방 장관의 발언처럼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저지른 종류의 짓을 다시는 할 수 없을 정도'로 러시아를 약화시키는 것을 이번 전쟁의 목표로 러시아를 몰아붙일 태세다.
반면, 유럽 주요 국가는 일단 휴전 또는 개전 이전의 상태로의 러시아군의 철수를 원하고 있다. 이는 오랜 소모전이나 러시아에 굴욕감을 안기는 행위가 역내 안보를 더 위험에 빠뜨릴 소지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유럽은 이런 맥락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외교적인 대화를 유지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최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한 연설에서 "우리는 (러시아를 향한) 굴욕이나 복수의 유혹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발언은 이런 유럽의 정서를 대변한다.
마크롱 대통령은 당시 연설에서 "우리는 러시아와 전쟁을 하는 것이 아니다.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적 완전성을 지키기 위해, 또한 유럽 대륙에 평화가 돌아올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과 가까운 익명을 요구한 한 프랑스 외교관은 이와 관련, 우크라이나를 최대한도로 무장시키고 러시아를 상대로 기약없는 제재를 유지하는 미국의 입장에 프랑스는 당혹감을 느끼고 있다고 귀띔했다.
우크라이나의 안전과 유럽 대륙의 전략적인 안보를 위해서는 달리 다른 방안이 없기 때문에 프랑스는 협상에 방점을 찍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푸틴과의 관계도 피해갈 수 없다고 그는 덧붙였다.
10일 워싱턴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을 만난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도 비슷한 입장을 드러냈다.
드라기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과의 회담 후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동시에 평화 회담도 시작해야 한다"며 "미국을 비롯한 모든 당사국이 얼굴을 맞대고 (평화 회담을 위한)노력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우리는 이기려 해서는 안된다. 승리는 규정된 것이 아니다.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승리가 러시아의 침공을 물리치는 것이지만, 다른 나라에는 승리가 어떤 의미이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처럼 폴란드나 발트 3국처럼 러시아와 국경을 직접 맞대고 있지 않은 유럽 주요 국가들의 기류는 '우크라이나의 방어가 푸틴 대통령의 러시아에 대한 압도적인 승리로 변형돼서는 안된다는 것'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반면, 미국의 경우 외교적 해법에 대한 기대를 거의 걸지 않는 것이 현재의 분위기라고 NYT는 짚었다.
애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10일 미 의회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돈바스 전투로 전쟁이 확실하게 끝날 것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 푸틴 대통령은 여전히 돈바스를 넘어서는 목표를 성취하려 한다"고 말해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를 예상했다.
그가 이 자리에서 휴전이나 외교, 러시아군의 철수,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나 강대국들이 관여하는 안전보장과 같은 종전 시나리오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에 NYT는 주목했다.
헤인스 국장은 이날 청문회에서 "푸틴은 필경 러시아가 적들보다 도전을 견디려는 능력과 의지가 더 크다고 판단할 것"이라며 "그는 아마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려는) 미국과 유럽의 결의가 식량부족, 인플레이션, 에너지 가격 급등 상황이 악화하면서 약해지길 기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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