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권 단체들 적극적인 구명활동
당국, 우크라 전쟁 상황 고려해 융통성 발휘
(서울=연합뉴스) 김대호 기자 = 러시아 폭격을 피해 우크라이나에서 한국으로 탈출했으나 검역증이 없어 안락사 위기를 맞았던 고양이가 누리꾼과 동물단체들의 구조 노력에 힘입어 새 삶을 살게 됐다.
40세 남성 A씨는 지난 5일 우크라이나에서 4개월 된 고양이 한마리를 데리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지난 1년간 우크라이나에서 살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전쟁이 장기화하자 귀국했던 그는 그러나 반려묘 '윤기'의 검역증인 동물 건강 증명서(animal health certification)가 없어 '윤기'를 공항에 맡겨둘 수밖에 없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전쟁 상황이라 출국하는 동물들에 대해 검역증을 발급받을 수 없었다. 유럽의 다른 나라들도 이를 알고 검역증 없이 우크라이나를 탈출한 반려동물들의 입국을 허용하고 있다며 당국에 융통성을 발휘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소용없었다.
더 큰 문제는 검역증이 없으면 '윤기'에 대한 검역 절차를 밟을 수 없으며, 결국 우크라이나로 반송하거나 안락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크라이나로 반송하려면 항공료와 공항 계류장 비용 등으로 400만~500만원이 필요한데 A씨에게는 그만한 돈이 없어 '윤기'의 안락사 우려가 높은 상황이었다.
유튜브에서 '모지리 인 우크라이나' 채널을 운영해온 그는 절박한 심정에 이런 사실들은 영상과 함께 수차례에 걸쳐 공개했고, 이를 본 누리꾼들이 발 빠르게 동물권단체와 언론에 알리며 '윤기'를 살려야 한다는 여론을 형성했다.
누리꾼들은 당국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하거나 융통성 없는 행정에 항의했고, 동물권 단체들도 합세하면서 결국 1주일만에 '윤기'에 대한 검역 절차를 밟아 입국하는 쪽으로 방향이 잡혔다.
우크라이나의 한국 대사관도 전쟁으로 검역이 불가능한 상황을 확인해주며 검역 당국이 결정을 바꾸도록 도왔다.
검역 당국 관계자는 12일 "정부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국가에 대해서는 검역본부장이 (예외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조항이 있다. 우크라이나 대사관에도 확인했다. 광견병 등 (기본적인 사항을)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검역증을 지참하지 않은 동물은 반송해야 하고 지금까지 예외는 없었다는 기존 입장과 크게 다른 것이다.
A씨는 "생명권을 존중해서 '윤기'의 입국을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전쟁을 피해 탈출했는데 반려묘가 힘든 상황에 부닥쳐 답답하고 속상했다. 잘 해결되도록 도와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개인적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동물권 단체인 나비야와 케어, 동물자유연대 등에서 적극적으로 도와주었다"고 말했다.
dae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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