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 속 시위 격화에 정부 지원 호소…치안강화 후 소요 다소 진정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최악의 경제난과 함께 퇴진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고타바야 라자팍사 스리랑카 대통령이 곧 새 총리를 임명하고 대통령 권한도 대폭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고타바야 대통령은 11일 밤(현지시간) 대국민 TV 연설을 통해 "이번 주 내로 의회 다수의 신임을 받는 새 총리를 임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의 위기 상황을 관리하고 국가가 무정부 상태로 추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내각도 새롭게 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리랑카 총리직과 내각은 지난 9일 고타바야 대통령의 형인 마힌다 라자팍사 총리의 사임으로 공석인 상황이다.
그간 고타바야 대통령은 모든 정당이 참여하는 통합 내각을 새롭게 꾸려 위기를 극복하자고 밝혔지만, 야당은 거부해왔다.
다만, 이날 야권 지도자 중 한 명인 라닐 위크레메싱게 전 총리가 고타바야 대통령을 만나는 등 일부 야권에서는 위기 극복을 위해 거국적 협력에 나서려는 조짐도 보인다.
고타바야 대통령은 대통령의 강력한 권한을 의회로 대부분 분산하는 작업도 진행할 것이라며 이와 관련한 헌법 개정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자신의 사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스리랑카는 대통령 중심제를 기본으로 의원내각제 요소를 가미한 체제를 운용 중이다. 총리가 내정에 상당한 권한을 갖지만 대통령이 총리 등 정부 요직에 대한 임명권을 갖는 등 파워가 더 강하다.
스리랑카에서는 지난 9일부터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격화됐고 집권 라자팍사 가문과 현역 의원의 집 수십여 채가 불타는 등 큰 소요도 일어났다. 이 과정에서 9명 이상이 숨지고 250여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7일부터 국가비상사태를 발동한 스리랑카 정부는 이에 9일 오후부터는 전국에 통행금지령을 발령하고 군경에 발포 명령도 내렸다.
이와 관련해 고타바야 대통령은 국가가 무너지지 않고 국민의 일상에 필요한 것들을 공급할 수 있도록 정부를 지속해서 지원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날부터 수도 콜롬보 등에 군 장갑차와 군인을 실은 트럭 등이 대거 배치되는 등 치안이 대폭 강화되면서 각지의 소요는 진정되는 양상이다.
스리랑카 매체 이코노미넥스트에 따르면 최근 대규모 전국 파업을 주도했던 전국노동조합연합 측도 국가의 안정화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일시적으로 파업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스리랑카는 주력 산업인 관광 부문이 붕괴하고 대외 부채가 급증한 가운데 지나친 감세 등 재정 정책 실패까지 겹치면서 최악의 경제난에 직면했다.
결국 스리랑카는 지난달 초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을 때까지 510억달러(약 65조원)에 달하는 대외 부채 상환을 유예한다며 일시적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선언했다.
와중에 연료, 의약품, 식품 등의 부족이 계속되는 등 민생은 파탄 지경에 이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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