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으로 중국 견제…'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협력 강화
기시다-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
(도쿄=연합뉴스) 박성진 이세원 특파원 = 유럽연합(EU)과 일본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해 지속해서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들과도 연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12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약 1시간 회담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일본과 EU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일본, EU, 주요 7개국(G7)이 공조해 러시아를 강력히 제재하고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기시다 총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은 국제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며 "일본은 EU와 협조해 강력하게 러시아 제재를 시행하고 우크라이나 지원을 강화하는 등 계속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양측은 회담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러시아에 의한 부당한 군사 침략은 국제법과 유엔 헌장의 원칙을 현저하게 위반"한 것이라고 규정하고서 주요 7개국(G7) 및 뜻을 같이하는 나라와 협력해 러시아 제재를 확대하고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겠다고 천명하기도 했다.
기시다 총리는 러시아 제재와 관련해 일본과 EU가 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들을 협력을 유도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인도와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국가들은 러시아와 관계 등을 의식해 러시아 비판과 제재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일본과 EU는 이번 회담을 통해 중국에 대한 경고음을 냈다.
성명에는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의 상황에 관해 심각하게 우려한다는 점과 일본과 EU는 홍콩과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인권 상황을 포함한 중국의 동향에 관한 의견 교환을 심화할 것이라는 점이 명시됐다.
기시다 총리는 "유럽과 인도·태평양의 안전보장은 불가분하며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은 세계 어디서든 절대 용납되지 않는다"며 "기본적인 가치를 공유하는 일본과 EU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실현을 위해서도 협력하자"고 회견에서 덧붙였다.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은 미국과 일본이 중국의 해양 진출을 견제하기 위해 추진하는 구상이다.
미셸 상임의장은 "우리는 민주주의와 규범에 기초한 국제질서라는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며 "이번 협의로 어려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인도·태평양에서 EU가 더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도 이날 회담에서 의제로 다뤄졌다.
공동성명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을 사용한 발사를 포함한 북한의 지속적인 불법 탄도 미사일 실험을 강하게 비난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북한이 위협적인 행동을 중단하고 핵무기, 모든 사정의 탄도미사일, 모든 대량파괴 무기와 관련 프로그램을 관련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서 요구한 것과 같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으로 포기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일본과 EU는 반도체 공급망, 5세대 이동통신(5G) 시스템 및 6세대 이동통신(6G), 인공지능(AI) 분야에서 대화와 협력을 모색하는 틀인 '디지털 파트너십'을 형성하고 매년 각료급 대화를 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기후변화 대책, 경제안보, 에너지 분야 협력도 추진하기로 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핵무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미셸 상임의장은 13일 히로시마를 방문해 평화공원 내 평화기념자료관에서 연설할 예정이다.
EU 고위 당국자는 히로시마가 피폭지로 상징적인 장소이며 기시다 총리의 출신지라는 점을 방문 이유로 꼽았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기시다 총리는 미셸 상임의장의 히로시마 방문을 환영하며 "핵무기 없는 세계라는 큰 이상을 향해 EU와도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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