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시장의 불안은 지속하는 듯하다.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02% 내렸다. 5거래일 연속 하락세다. 전날 반등했던 나스닥 지수는 3.18% 급락했다. 넷플릭스(-6.4%), 애플(-5.2%), 마이크로소프트(-3.3%) 등 빅테크들의 하락 폭이 컸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 발표의 영향이다. 미국 4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8.3% 올랐다. 시장 전망치 8.1%를 상회한 수치다. 인플레이션이 시장 예상보다 더 오래갈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국내 금융시장도 하락을 면치 못했다. 코스피는 12일 1.6% 하락하며 2.550까지 떨어졌다. 종가 기준 1년 반 만에 최저 수준이다. 인플레이션의 정점을 둘러싼 예상은 쉽지 않다. 미래에 대한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의미다. 미국의 고강도 긴축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원/달러 환율은 12일 장중 1,290원 선에 도달했다. 5거래일째 연고점을 경신했다. 코로나 사태가 확산하던 2020년 3월 19일(고가 기준 1.296원) 이후 2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기록된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걱정이다. 시장 전망도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4.8% 올랐다. 상승률이 2008년 10월 이후 13년여 만에 최고 수준을 보였다. 에너지와 식품 가격 등이 급등하며 상승세를 주도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최고점에 이른 것으로 단언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ING은행은 지난 10일 한국 월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조만간 5%대에 진입할 것이란 예상을 내놓았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6%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이전 전망치 3.6%보다 1% 포인트 높은 것이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고려하면 올해 내 공공요금의 추가 인상은 불가피해 보인다. 인상 요인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현재 1.5%인 국내 기준 금리가 전반적인 물가 상승세와 미 연준의 '빅 스텝' 움직임이 더해지면서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동시다발 상황이 눈앞에 다가왔다. 고물가와 고금리는 민생 경제 부문의 악재로 꼽힌다. 고환율은 수입 가격 상승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가중될 수 있다. 소비와 투자 시장 전반에 대한 동향을 살피고 비상 국면에 철저히 대비해야 할 때다.
고물가 상황은 윤석열 정부의 핵심 과제로 등장하는 모양새다. 발 빠른 대응이 긴요하다. 기획재정부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취임 당일인 11일 비상 경제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한다고 밝혔다. 작금의 경제 상황을 바라보는 엄중한 인식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위기 상황에 대한 선제적이고 실질적인 대응력을 갖추는 게 관건일 것이다. 윤 대통령은 앞서 같은 날 첫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경제와 물가 문제를 직접 거론했다. 윤 대통령은 "각종 지표를 면밀하게 챙겨 물가 상승의 원인과 원인에 따른 억제 대책을 계속 고민해야 한다"며 "에너지 가격이라든가 다 올라서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산업 경쟁력에도 빨간불이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물가와 더불어 경제 성장 전망에 대한 고민도 읽히는 대목이다.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이 2% 중반대로 낮아질 것이란 예측이 일각에서 나오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무역수지 적자는 올해 들어 지난 10일까지 누적 100억 달러에 육박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무역수지는 79억2천400만 달러 흑자였다. 금융·외환 시장은 물론 실물 경제 전반에 대한 세밀한 관리와 대응이 절실해진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장기화 우려는 여전히 현재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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