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삼성전자 최고 20% 인상 논의"…앞서 TSMC도 인상
원재료-물류비용도 상승…스마트폰 등 완제품 가격도 오를듯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김철선 기자 = 전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파운드리 시장의 1·2위 업체인 TSMC와 삼성전자[005930]가 잇따라 단가 인상에 나섰다.
TSMC와 삼성전자를 따라 다른 반도체 기업들이 줄줄이 위탁생산 가격을 올릴 것으로 보여 향후 스마트폰, 자동차, 게임기 등의 가격 인상으로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13일 삼성전자가 반도체 위탁 생산 가격을 15∼20% 인상하는 방안을 고객사들과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파운드리 제조 관련 수요가 굉장히 많고 공급이 부족하다 보니 전반적으로 가격을 인상하려는 분위기가 있다"며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구체적 인상폭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도 "대만의 TSMC가 위탁생산 비용을 평균 6%가량 올릴 것이라는 외신 보도도 있었는데 삼성전자가 15∼20%를 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반도체 공급이 수요를 쫓아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원재료와 물류비용이 늘고 있어 파운드리 가격 인상은 불가피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은 "기본적으로 반도체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특히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등 공정 난도가 높은 하이엔드 제품의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AP는 공정 난도가 높고 투자비가 많아서 이익률이 높아야 한다"며 "차세대 공정에 대한 투자비 확보를 위해서도 가격 인상 요인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파운드리 가격 인상 영향과 관련, "전체적으로는 반도체가 들어가는 제품의 가격이 오를 것"이라며 "다만 소비자 가격을 그만큼 올릴 수 없으니 세트(완제품) 업체의 원가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파운드리 가격 인상으로 삼성전자의 실적도 좋아질 것"이라며 "가격을 올려서라도 매출을 키우고, 그러면서 이익도 늘려야 투자 여력을 감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대규모 신규 투자에 나선 파운드리 업체들이 자금 확보를 위해 가격 인상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TSMC나 삼성전자 등은 제조 위탁 주문이 밀려들자 파운드리를 풀가동하고 있다.
또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중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20조원 규모의 파운드리 2공장을 착공할 계획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재 TSMC가 삼성전자보다 시장 점유율이 높은데 삼성전자가 본격적으로 파운드리 사업을 확장하면서 첨단공정인 5나노(㎚, 10억분의 1m) 공정을 양산할 정도로 기술 격차가 줄었다"며 "TSMC를 따라 가격을 올릴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TSMC보다 가격이 너무 낮게 책정되면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업체) 기업들에 저가라는 인식을 심어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서 교수는 "삼성전자는 현재 4나노 수율(결함이 없는 합격품의 비율)도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올라와 있다"며 "(가격 인상은) 기술에서도 TSMC를 앞선다는 자신감의 표시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세계 파운드리 시장은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두 업체가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작년 3분기 기준 TSMC가 53.1%로 압도적인 1위이며, 삼성전자가 17.1%로 2위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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