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경유·식용윳값에 화물차-치킨집 비상…밀가루값도 우려

입력 2022-05-15 10:34   수정 2022-05-16 15:59

치솟는 경유·식용윳값에 화물차-치킨집 비상…밀가루값도 우려
우크라 사태 등으로 가격 급등…화물차 기사·분식집 자영업자 깊은 한숨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김기훈 신선미 이승연 기자 = "운송료는 오르지 않았는데 경윳값이 치솟다 보니 한 달을 꼬박 운행해도 화물차 기사가 실제로 손에 쥐는 돈은 100만 원 정도에요. 정말 생계가 어렵습니다."(화물차 운전기사 정모씨)
"식용윳값이 배로 오르고, 밀가룻값도 오르고 원자재 가격은 다 올라 우리처럼 떡볶이나 튀김 같은 것을 파는 곳은 애로가 많죠. 코로나19가 한창일 때는 손님이 없어서 힘들었는데…. "(분식점 주인 김모씨)
우크라이나 사태와 인도네시아 팜유 수출 중단 사태 등으로 국내 경윳값과 식용윳값이 오르면서 서민 고통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인도가 밀 수출을 전격 중단하면서 국제 밀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이로 인해 국내 밀가루 관련 제품의 가격도 인상될 것으로 보여 부담이 전방위로 가중되는 상황이다.

◇ 휘발유 앞지른 경유 가격…화물차 운전자들 "생계 막막"
15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5월 둘째 주(8∼12일) 전국 평균 경유 가격은 전주보다 32.8원 오른 1천939.7원을 기록했다.
이달 첫 주 배럴당 10달러 이상 급등한 국제 경유 가격이 시차를 두고 국내 경유 가격에 영향을 미치면서 가격이 크게 뛰었다.
일일 평균으로 보면 전국 평균 경유 가격은 지난 11일부터 휘발유를 역전했고, 12일에는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보다 높은 것은 2008년 이후 14년 만이다.
이처럼 경윳값이 치솟으며 화물차 운전자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25톤(t) 대형 트럭을 운전하는 김 모(49) 씨는 "한 달 사용하는 기름양이 3천에서 4천 리터(L)가량 되는데 1년 전과 비교하면 기름값이 200만∼300만 원 정도 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화물차 주차장에 가보면 오랜 기간 차를 세워둔 기사들도 많고, 유류 소비가 많은 장거리 운행은 안 하겠다는 기사들도 많다"며 "다만 운송사와의 관계에서 화물차 기사들이 '을(乙)'이다 보니 적자가 나도 '울며 겨자 먹기'로 장거리 운행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박연수 화물연대 정책기획실장은 "정부의 유류세 인하가 유가 보조금까지 같이 삭감되는 구조라 화물 노동자에게는 실효성이 없다"며 "화물 노동자의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하기 위한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불안 심리에 식용유 찾는 사람 늘었지만…"수급 문제 없어"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와 인도네시아 팜유 수출 중단 등으로 식용유 가격이 치솟으면서 소규모 자영업자들도 타격을 받고 있다.
남대문시장에서 30년간 호떡 장사를 한 김정균(51) 씨는 "기름값이 한 통에 2만5천 원 정도였는데 지금은 5만 원"이라며 "그래도 호떡 장사인데 들어가는 기름양을 어떻게 줄이겠느냐"고 한숨을 쉬었다.
하루 장사에 드는 기름은 두 통. 김씨는 결국 3주 전에 호떡값을 200원씩 올렸다고 한다.
근처에서 30년 넘게 치킨집을 운영해온 50대 권오삼 씨는 "우리도 기름 가격이 딱 배로 올랐다. 하루에 18L짜리 기름 한 통을 쓰는데, 여기서 30년간 장사했으니 가격을 올리기도 어렵다. 게다가 영업 제한 풀린지 얼마나 됐다고 가격을 올리겠느냐"며 "버텨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일부 창고형 할인점에서 1인당 식용유 구매 수량을 제한하기 시작하면서 '식용유 대란'을 우려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이마트[139480]가 운영하는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는 지난달 30일부터 1인당 식용유 구매 수량을 2개로 제한했고, 코스트코 역시 일부 식용유 제품에 대해 구매 수량을 카드 1개당 1개로 제한했다.
그러나 이는 물량 문제가 아닌 사재기 방지를 위한 선제적 구매 제한이라는 게 유통업계 설명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인도네시아의 팜유 수출 제한 사태로 식용윳값이 더 오를지도 모른다는 우려에 기름을 많이 쓰는 자영업자들이 대량 구매에 나서고 있어 사재기를 방지하기 위해 대용량 제품을 중심으로 선제적으로 구매를 제한한 것일 뿐"이라면서 "제품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의 이러한 설명에도 기름을 많이 소비하는 자영업자 커뮤니티 등에서는 최근 식용윳값이 많이 올랐다며 식용유를 대량 구매해 둬야 한다는 글들이 꾸준하게 올라오고 있다.
그러나 소매점에서 판매되는 식용유 가격은 4월 말 인도네시아의 팜유 수출 제한이 있기 전인 올해 초 이미 인상된 것이다.
A대형마트 기준으로 CJ올리브유 900㎖ 제품은 1월부터 13.7% 올랐고 해바라기유는 16.4%, 카놀라유는 15.9%, 포도씨유는 23.9% 각각 인상됐다. 해표 식용유 역시 900㎖ 제품 가격이 2월 17.6% 올랐다.
식품업체들도 우리나라는 주로 말레이시아에서 팜유를 수입하고 있고 대부분 업체가 3∼4개월 치 물량을 비축해 두고 있어 단기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콩기름(대두유), 카놀라유, 해바라기씨유 등 다른 식물성 유지류 가격도 여러 요인이 겹치면서 당장은 아니더라도 오를 가능성은 있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 인도 밀수출 중단…국제 밀 가격 상승 예상 속 관련 제품 가격 오를 듯
밀가루 가격도 불안한 상황이다. 세계 밀 생산량 2위인 인도가 식량 안보를 이유로 밀 수출을 전격 금지함에 따라 국내 식품 물가 부담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국내의 경우 인도에서 직접 수입하는 밀의 양이 많지 않아 직접적인 피해는 당장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식품업계와 농협중앙회 농협경제연구소 등에 따르면 국내 업체들은 사료용 밀은 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식용 밀은 미국과 호주, 캐나다 등에서 수입하고 있다.
한국제분협회 통계를 보면 국내 밀 도입량은 2020년 기준 총 218만2천t으로 국가별로는 미국에서 111만5천t(51.1%), 호주에서 94만9천t(43.5%), 캐나다에서 11만7천t(5.4%)을 들여왔다.
그 외 기타 국가에서 수입한 양은 1천t에 불과했다.
인도에서 국내로 수입되는 양은 많지 않은 셈이다.
다만 인도의 이번 수출 금지 조치로 국제 곡물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면서 국내 악영향도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많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우리가 밀을 수입해 오는 국가와 국내 재고량을 고려하면 당장 직접적인 영향은 없겠으나, 장기적으로는 영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kih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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