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은 14일(현지시간) 서구의 '하이브리드 전면전'에 맞서 중국, 인도 등 개발도상국과 연대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80일을 맞아 연설에서 서방이 러시아에 가한 각종 제재를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러시아를 침공의 가해자가 아닌 서방 제재 공세의 타깃으로 묘사하려고 노력했다.
그는 "서방은 집단으로 우리에게 하이브리드 전면전을 선포했고 이것이 얼마나 오래 갈지 예측하긴 어렵지만, 모두가 예외 없이 그 결과를 느낄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제재로 러시아 외환보유고 6천400억 달러(약 821조8천억 원)의 거의 절반이 압류당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직접적 충돌을 피하려고 모든 것을 했지만 도전이 주어진 이상 우리는 당연히 이를 받아들인다"면서 "우리는 제재에 낯설지 않고 거의 언제나 이 모양 저 모양으로 그 가운데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연설에서 모스크바 당국이 제재로 인한 경제 충격을 완화하고 다른 곳에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데 희망을 건다고 말했다.
그는 서방이 러시아를 고립시키려는 노력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면서 중국과 관계는 역대 최상이고 인도와도 전략적 특혜 동반자 관계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동 여행에서 막 돌아온 그는 또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뿐 아니라 이집트, 알제리, 걸프 국가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제제로 인해 수출 중심축이 바뀐 한 사례로, 러시아는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두 달 새 인도에 대한 원유 판매량이 2021년 전체 대인도 판매량의 2배에 달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는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 원유 구매를 줄이고 인도 정유사들이 할인 가격으로 러시아 원유를 살 기회를 잡았기 때문이다.
그는 또 세계가 다변화해 "러시아뿐 아니라 많은 다른 국가들이 미국 달러화, 서구 기술과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증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러시아가 제재 아래서도 번창할 것이라는 주장과 달리 러시아 경제는 8.8∼12.4% 역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로이터는 자체적으로 확인한 경제부 문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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