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마거릿 대처 영국 전 총리의 동상이 그의 고향마을에 세워지자마자 한 시민에게 계란을 얻어맞았다고 영국 매체들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영국 잉글랜드의 마을 그랜섬에 15일 오전 대처 전 총리의 전신 동상이 설치됐다.
이 동상은 대처 전 총리를 비판하는 이들이 훼손하지 않도록 3m 높이의 주춧돌 위에 놓였지만 설치 2시간 정도 뒤 한 남성이 계란을 던지는 모습이 소셜미디어(SNS) 통해 유포됐다.
제러미 웹스터라고 자신의 이름을 공개한 이 남성은 자신의 SNS에 동영상과 함께 "전병력 전투 준비하라. 내가 처음으로 계란을 던져 맞췄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어 '#동상을 끌어 내리라'는 해시태그를 붙이고 "사우스 웨일스의 광부들은 눈을 들어 그랜섬을 바라보고 그의 머리를 제거하라"라고 농담투의 글을 게시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동상에 세워지자 많은 이가 셀피(셀카)를 찍었지만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야유하는 이도 있었다"라며 "(대처 전 총리의 고향인) 그랜섬에선 그에 대한 자긍심과 함께 반감도 여전히 고조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랜섬에서 (동상에) 계란을 던지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리 스텝토 노동당 의원은 '계란 세례'가 "불가피하다"며 "역사적으로 가장 논쟁적인 인물인 대처의 동상은 앞으로도 온갖 반달리즘과 정치적 행위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촌평했다.
대처 전 총리의 동상이 이 마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캘하임 쿡 남케스테븐 보수당 대표는 "대처는 그랜섬에서 태어나 학교에 다녔고 성장했다"며 "대처 동상은 그랜섬의 중요한 유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처가 고향에서 기억되고, 그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그랜섬에서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그의 동상은 그랜섬 방문객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동상은 처음에는 영국 의회 근처에 세워질 계획이었다가 2018년 영국 의회가 대처가 사망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반대해 취소됐다.
그러나 이후의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동상 건립에 10만 파운드(약 1억6천만원)가 드는 제막식 행사가 계획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계란 던지기 대회'를 벌이자는 페이스북 그룹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이날 제막식과 같은 별도의 행사는 열리지 않았다.
그랜섬을 관할하는 링컨셔주 경찰 관계자는 "동상 훼손 신고가 몇 건 접수됐으나 아직 현행범으로 체포된 사람은 없고 어떠한 조사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대처 전 총리는 1979∼1990년 총리직을 역임했으며 2013년 별세했다. 탄광 산업 구조조정과 해고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강력히 추진해 영국에서 가장 호불호가 갈리는 정치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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