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연합뉴스) 이율 특파원 = "음식은 사람들을 연결하고, 행복을 줍니다"
한국계 입양아 출신으로 독일에서 세계 최고 권위의 맛집 지침서인 '미슐랭(미쉐린) 가이드' 1스타 레스토랑을 이끌고 있는 자라 헨케(40) 셰프는 자신의 요리 철학을 이같이 설명했다.
1984년 서울의 거리에서 버려진 채 발견된 뒤 1살 때 독일에 입양돼 니더작센주에서 독일인 부모 아래 자란 헨케 셰프는 독일에서 가장 저명한 셰프 중 한명이다.
그가 2015년에 주방장으로 합류한 프랑크푸르트와 쾰른 사이에 있는 아시아 레스토랑 '요소'는 잘 알려진 맛과 향을 바탕으로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조합을 만들어내 2018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 한 개를 받은 뒤 5년째 유지하고 있다.
고교 졸업 후 요리사가 된 그는 독일과 포르투갈의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에서 일하다가 2011년 독일 쥘트 '스파이시스'의 주방장이 된 뒤 2014년 이 레스토랑을 미슐랭 1스타 반열에 올린 바 있다.
헨케 셰프는 독일에서 한식의 위상에 대해 "독일에서 한식은 점점 더 트렌드가 되고 있다"면서 "특히 대도시에서 치킨과 한국식 바비큐는 확실히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원래 아시아 요리에 관심이 많았던 헨케 셰프는 2018년 처음 한국으로 미식 여행을 떠나면서 본격적으로 한식 요리를 선보이게 됐다.
부산, 경주, 안동, 서울, 전주, 백양사를 거치면서 그는 거리와 시장 음식부터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까지 엄청나게 많은 음식을 먹으며 영감을 얻었다. 그는 여행을 마치고 60여개 한식 요리의 레시피가 담긴 요리책을 발간했다.
헨케 셰프는 "독일인으로만 자라와 2018년 처음 한국에 갔는데, 정말 깊은 인상을 받았고, 이를 메뉴로 옮겼다"면서 "가장 좋아하는 한식은 김치찌개"라고 말했다.
그는 같은 요리사이자 미슐랭 2스타 셰프인 크리스티안 에크하르트(40) 씨와 2018년 결혼해 최근 아들을 얻었다.
9개월이 된 아들에게는 아직 너무 매워서 한식을 해주지 못했지만, 앞으로 크면 맛보게 할 예정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엄마와 아빠가 모두 미슐랭 셰프면 집에서 요리는 누가 하느냐는 질문에 헨케 셰프는 "집에서는 30분 미만 걸리는 아주 쉬운 요리만 한다"면서 "아들이 죽을 싫어해 삶아 아주 부드럽게 조리한 야채를 주로 먹이는데, 최근에는 가재를 맛보이기도 했다"고 답했다.
그는 당분간은 아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방안을 찾아 나갈 예정이다.
헨케 셰프는 지난 14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이체방크파크에서 열린 유럽 최대 K팝 콘서트 'K팝 플렉스'에 주프랑크푸르트 영사관이 초청한 40여명의 지역 주요 인사에게 한식 요리를 선보여 감탄을 자아냈다.
육회에서 영감을 받은 소고기 타르타르와 계란 노른자, 삼겹살과 발효하지 않은 김치, 불고기 양념의 고등어 등이 그가 선보인 요리들이다.
손님들은 감격했고, 지금까지 맛본 한식과 전혀 다른 새로운 맛이었다는 평가를 했다고 주최 측은 설명했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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