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바이든 지지율 고전 속 상하원 모두 패배 가능성…낙태 이슈 새 변수
트럼프, 대선 재도전 시험대…애리조나·조지아 등 경합지 결과가 흐름 좌우
(워싱턴=연합뉴스) 김경희 특파원 = 오는 11월 미국의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주·공화 양당의 프라이머리(예비선거)가 이어지며 선거전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와 AP 등 미국 언론들은 오는 17일 노스캐롤라이나와 펜실베이니아 등 7개 주에서 프라이머리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다면서 본격적인 선거 레이스에 불이 붙었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간선거는 미국에서 대통령의 임기 중간에 실시되는 상·하 양원 의원 및 공직자 선거로, 재임 중인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이 강하다.
미국에서 연방 상하 의원 선거는 짝수 해의 11월 첫 월요일이 속한 주의 화요일에 실시되는데, 임기 2년인 하원 의원의 경우 435명 전원을 다시 뽑고, 임기 6년인 상원 의원은 2년마다 3분의 1씩 다시 선출한다.
이에 따라 조 바이든 대통령 임기 2년 차인 올해 11월 실시되는 선거에서는 하원 의원 전원과 상원 의원 35석, 36개주 주지사를 새로 선출한다.
이번 선거는 40년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우크라이나 전쟁 등 복잡한 내외부 사정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정치적 위기에 내몰린 상황에서 치러져 집권당인 민주당 입장에서 한층 부담이 큰 게 사실이다.
중간선거는 통상 현 정부에 대한 심판 성격을 띠는 특성이 있어 집권당에 유리하지 않은 선거인데,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이 최저치를 이어가는 상황이어서 마땅한 돌파구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전날 공개된 NBC 방송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은 39%로서, 40% 선이 붕괴되며 동일 조사에서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단호한 대처로 지지율이 반등하는 기미를 보이는 듯했지만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치솟는 에너지 가격까지 더해지며 여론이 싸늘하게 식어가는 분위기다.
현재 하원의 경우 민주당 221, 공화당 208석으로 아슬아슬하게 집권당이 우위를 점하고 있고 상원은 양당이 각각 50명씩 정확히 의석을 양분하고 있는 구조다.민주당이 이번 중간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집권 후반기에 접어든 바이든 행정부는 기후 변화 등 핵심 어젠다를 추진하는 데 있어 사사건건 의회로부터 견제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WP는 "많은 민주당 지도부가 이미 하원에서 과반 상실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상하원에서 모두 패배한 (빌 클린턴 취임 이후) 연속 5번째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아직 11월 선거까지 6개월 정도 시간이 남아 있어 변수는 있다.
특히 연방대법원에서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한 '로 대(對) 웨이드' 판결에 대한 공식 입장 발표를 앞두고 있는데, 이미 공개된 초안처럼 이 판결이 뒤집힐 경우 낙태 문제가 선거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대체로 미국에서 가장 민감한 이슈 중 하나인 낙태 문제를 둘러싼 보수 대 진보간 대결이 격화한다면 민주당 지지층이 결집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실제 득표로 연결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공화당 입장에서는 2024년 대선을 앞두고 일찌감치 유력 후보 자리를 굳히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 중간선거를 기점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대선 패배를 '선거 사기'라고 주장하며 초유의 의회 난입 사태까지 초래하며 미국 정치사에서 법치와 민주주의를 무시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미 올해 초부터 정치 행보에 속도를 올리며 '친트럼프' 성향의 후보들을 노골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실제 오하이오주와 웨스트 버지니아 등 일부 주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를 등에 업은 후보가 당선되는 등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만만치 않은 영향력을 과시하는 상황이다.
물론 네브래스카 등 일부 프라이머리에서는 예상을 깨고 '반트럼프'를 내건 후보가 당선되기도 했다는 점에서 '트럼프 바람'의 파괴력을 단정 짓기는 무리인 측면도 있다.
다만 예비선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화당 내 영향력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중간선거가 '바이든 대(對) 트럼프의 대리전' 구도로 굳어질지 이목이 쏠린다.
WP는 애리조나, 조지아, 네바다, 뉴햄프셔 등 전통적인 경합 지역의 선거 결과에 따라 전체 중간선거 판세가 결정될 수 있다며 이들 지역이 흐름을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kyung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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