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제롬 파월 현 의장이 이끄는 연준의 인플레이션 대응을 비판했다고 CNBC 방송이 16일(현지시간) 전했다.
버냉키 전 의장은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언제 인플레이션 억제 조치를 취할 것인지는 "복잡한 문제"라면서도 "문제는 그들(현 연준)의 대응이 왜 늦었느냐는 것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것은 실수였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도 실수였다는 점에 동의하리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초유의 양적완화 정책을 이끌었던 버냉키 전 의장처럼 파월 현 의장은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직후 그때보다 더 강력한 양적완화를 펼쳤다.
역대급 통화완화 정책에 힘입어 미국의 경제는 빠르게 반등했으나, 이러한 완화 조치를 너무 늦게 거둬들임으로써 인플레이션을 초래했다는 비판도 거세다.
비록 조심스러운 표현이기는 하지만, 전직 연준 의장이 후임자를 공개 비판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연준 고위인사들은 통화 긴축 전환에 앞서 '포워드 가이던스'(향후 지침)를 통해 충분히 시장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고 항변하지만, 버냉키 전 의장은 "포워드 가이던스가 연준의 인플레이션 문제 대응을 느리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버냉키 전 의장은 파월 의장이 신중하게 대응한 이유 중 하나는 "그들은 시장에 충격을 주고 싶어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파월 의장이 2013년 '테이퍼 탠트럼'(긴축발작) 당시 연준 이사였다는 점을 언급했다.
지난 2013년 버냉키 당시 의장이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계획을 미리 언급하자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신흥국 통화와 주가가 급락하는 등의 시장 혼란이 발생한 것을 곁에서 지켜봤던 파월 의장이 "가능한 한 많은 경고를 사전에 줌으로써 이런 일을 피하길 원했을 것"이라고 버냉키는 분석했다.
버냉키 전 의장은 최근 물가 급등 현상이 1970∼1980년대 인플레이션과 비슷할 것이라 일각의 견해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연준의 현재 통화 긴축이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면서 "우리는 집값 등의 여러 분야에서 그 영향을 보게 될 것이다. 우리가 70년대에서 많은 것을 배웠기 때문에 현 상황은 더 나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간 '21세기 통화정책' 출판을 계기로 CNBC뿐 아니라 뉴욕타임스(NYT)와도 인터뷰한 버냉키 전 의장은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이 나타날 가능성도 경고했다.
버냉키 전 의장은 NYT에 "낙관적 시나리오에서조차 경제는 둔화할 것"이라면서 "내년이나 내후년에는 성장률이 낮아지고 실업률은 최소 약간 더 올라가며 물가상승률은 여전히 높은 기간이 있을 것이다. 그게 바로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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