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억년 전 형성된 화성암 충돌 파편 중성자 CT로 물반응 분석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화성에서 떨어져 나온 운석을 분석해 고대 화성에 물은 있었지만, 생명체가 있을 만큼 충분치는 못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의 화성 탐사 로버 '퍼서비어런스'가 고대 삼각주로 추정되는 곳에서 수집 중인 토양과 암석 시료는 지구로 가져와 분석하려면 10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결과는 아쉬운대로 운석을 통해 미리보기를 한 셈이다.
스웨덴 룬드대학과 UPI 통신 등에 따르면 이 대학 행성지질학 연구팀은 지난 2003년 남극에서 발견된 화성 운석 '밀러 레인지(Miller Range) 03346'을 첨단 촬영기법으로 분석해 얻은 결과를 과학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d)에 발표했다.
이 운석은 약 13억 년 전 화성에서 현무암질 마그마가 식어 형성된 암석으로, 약 6억3천만 년 전 대형 운석의 충돌로 떨어져 나와 지구까지 오게 된 것으로 분석됐다. 화성 동부의 고대 화산 '엘리시움 몬스' 북서부 평지에 생긴 지름 6.5㎞ 충돌구가 발원지로 추정되는데, 1911년 이집트 '나크라'(Nakhla)에서 처음 발견됐다고 해서 같은 무리의 운석을 '나크라이트'(Nakhlite)로도 부른다.
연구팀은 중성자가 물(H₂O)을 구성하는 수소(H)에 매우 민감하다는 점에서 중성자와 X선을 이용한 첨단 컴퓨터 단층촬영(CT)으로 0.72㎏짜리 운석을 3차원으로 분석해 물과 접촉했는지를 확인했다.
논문 제1 저자인 박사과정 연구원 조세핀 마르텔은 이와 관련, "화성에 생명체가 존재했는지에 대한 답은 물이 있었는지에 달려있어 이 운석이 화성의 기반암에 붙어있을 때 얼마나 많은 물과 접촉했는지를 확인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특히 생명체가 출현할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인 대형 '열수(熱水)시스템'이 존재했는지에 관심을 뒀다.
중성자 및 X선 CT 분석 결과, 운석의 극히 일부분만 액체 상태의 물과 반응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따라서 생명체가 형성될 만큼 큰 열수시스템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으로 해석됐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는 "나크라이트 발원지 표면 밑의 생명체 서식 가능성에 대한 직접적 함축성을 갖는 것"이라면서 "생명체 서식 환경은 국지적이고 매우 짧았으며, 이는 화성에서 생명체 출현이나 생존 가능성을 줄이는 것"이라고 했다.
연구팀은 "표면 아래 적은 양으로 축적돼 있던 얼음이 운석의 충돌로 녹으면서 물과 접촉했다는 것이 개연성 있는 설명"이라면서 "그렇다고 이번 연구 결과가 화성의 다른 곳이나, 그 이전의 다른 시기에 생명체가 없었다는 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2030년대에 퍼서비어런스호를 통해 채집한 화성의 토양과 암석 시료를 분석할 때 도움이 되길 희망하면서, 현재의 중성자 및 X선 CT 기술이 유용할 것으로 믿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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