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정에 신임장 제정 안할 듯…"격하된 영 대리대사 재입국 불허" 보도도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호주 정부가 미얀마 쿠데타 군사정권을 인정하지 않는 의미에서 대사 대신 대리대사를 임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 공영 ABC방송은 외교통상부(DFAT) 고위 관리가 지난달 임기가 끝난 안드레아 포크너 주미얀마 대사 후임으로 발탁됐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러나 이 고위 관리는 군사정권 수장에게 신임장을 제정하지 않을 것이며, 대리대사 직함을 가지고 공관장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방송은 호주 정부가 이 노련한 관리가 군부 합법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미얀마 내 호주의 이익을 옹호하는 활동을 하기를 희망한다고 해석했다.
대리대사는 대사 부재 시 차석이 맡는 대사대리와 달리 사실상 대사에 준하는 권한을 갖는 직책이지만, 대사보다 격을 낮춤으로써 유혈 탄압을 자행하는 미얀마 군사정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
신문은 일부 서방 국가도 유사한 방식으로 미얀마와의 외교관계를 격하시키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정부도 지난 1월 강금구 대리대사를 임명한 바 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필 로버트슨 아시아 담당 부국장은 신문에 "미얀마 군사정권이 국제적으로 인정받기를 원하는 만큼, 이번 조치는 그들을 화나게 할 상징적인 조치"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조치는 쿠데타 직후 구금된 호주인 숀 터넬의 석방을 포함해 미얀마 군정 고위 인사들과의 접촉을 유지하고 싶어하는 호주 정부의 생각에 차질을 가져올 위험도 내포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가택 연금 중인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경제자문역으로 활동한 바 있는 터넬은 현재 공무상 비밀엄수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포크너 전 호주 대사는 이임 직전 쿠데타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을 만나 터넬의 석방을 촉구한 바 있다.
한편 일본 영문 매체 닛케이 아시아는 지난 10일 피트 보울스 주미얀마 영국 대리대사가 군정으로부터 재입국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정부가 피트 보울스의 직함을 기존 대사에서 대리대사로 바꾸며 외교관계를 격하하기로 하자, 군정은 해외에 나갔던 피트 보울스 대리대사의 미얀마 입국을 지난달 말부터 불허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보울스 대리대사는 지난해 말 대사로 부임했지만, 군정의 거듭된 요청에도 신임장을 제정하지 않았다고 미얀마 현지 매체 이라와디는 보도했다.
미얀마 군부는 민주진영이 압승한 2020년 11월 총선이 부정선거였다고 주장하며 지난해 2월1일 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잡았고, 이후 자국민에 대한 유혈 탄압을 지속해 1천800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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