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수사 착수, '아조우연대' 테러조직 지정 추진…"사형" 거론도
우크라 "영웅들 살아있어야"…'300 스파르타 전사'에 비유
(파리=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 우크라이나 남부도시 마리우폴을 내어주지 않으려고 끈질기게 항전해온 260명 이상의 우크라아나군 병력이 17일(현지시간) 최후의 보루로 삼았던 아조우스탈 제철소의 지하터널에서 나와 사실상 러시아에 투항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발표한 수치가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중상자 50여명을 포함해 265명 안팎의 '아조우스탈 전사들'은 러시아 측이 통제하는 지역의 의료시설 등으로 이송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향후 이들의 운명은 현재로서는 전혀 예상할 수 없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까지 나서 이들을 '영웅'으로 부르며 아직도 아조우스탈에 남아 있을 잔존 병력과 함께 어떻게든 구해내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개전 이후 여러 차례 포로 교환을 통해 멜리토폴 시장 등 러시아에 붙잡힌 인사들을 구출했던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의 손에 넘어간 아조우스탈 병력도 같은 방식으로 데려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러시아 측에서 이에 호응할 것이라는 조짐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AP 통신에 따르면 뱌체슬라프 볼로딘 러시아 하원의장은 아조우스탈 수비군 가운데 '전쟁범죄자'가 있다면서 이들은 포로 교환이 아니라 재판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일부 러시아 관리들이 포로로 붙잡힌 아조우스탈 수비군은 재판을 받을 수 있으며 심지어 사형에 처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휴전협상에 러시아 측 대표단의 일원으로 참여했던 레오니드 슬루츠키 의원은 아조우 연대 대원들을 "인간의 탈을 쓴 짐승들"이라고 지칭하면서 러시아의 사형 집행 유보 방침을 이들에 대해서만큼은 적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러시아 최고 수사기관인 수사위원회는 "민족주의자들을 가려내기 위해 이들을 심문할 것이며 민간인들에 대한 범죄를 저질렀는지를 판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법무부는 아조우스탈 수비군 가운데 일부가 소속된 아조우연대를 테러 조직으로 지정할 것을 요청했으며 이에 따라 오는 26일 이에 관한 법원의 심리가 열린다고 전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우크라이나군 포로들이 국제적 기준에 따라 처우 받게 될 것이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이를 보장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로이터 통신은 목격자를 인용해 아조우스탈에서 저항하던 우크라이나군 병사들을 실은 버스들이 도착한 곳은 도네츠크 인근 올레니브카 마을의 옛 죄수 유형지였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측의 적대적인 언사와는 대조적으로 우크라이나 지도자들은 아조우스탈에서 저항한 병사들 덕분에 러시아군의 진군을 늦춰 수많은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고 칭송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는 영웅들이 살아있게 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원칙"이라고 말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고문은 방송에 출연해 마리우폴을 지킨 병사들이 러시아군의 맹공을 82일간이나 막아준 덕분에 전쟁의 경로를 바꿀 수 있었다면서 이들을 페르시아 대군의 침략으로부터 그리스를 지켜낸 스파르타의 '300 영웅'에 비유하기도 했다.
포로로 붙잡힌 아조우스탈 수비군들을 구출하겠다는 우크라이나 정부의 의지가 강한 만큼 막후에서 이를 둘러싸고 러시아와 밀고 당기는 치열한 협상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타임스는 우크라이나 당국이 항복 협상에 포함된 조항들을 언급하지 않은 채 곧 포로교환이 이뤄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러시아의 위협적 언사를 보면 러시아 측과 맺은 합의의 성공 가능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cwhy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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