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힙한' 것처럼 팬들 투자 부추겼다가 이제는 침묵"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한국산 가상화폐 루나와 자매 코인 테라USD(UST) 폭락 사태로 세계 가상화폐 가격이 급락하고 피해자가 속출하면서 가상화폐 홍보에 앞장선 미국 유명 스타들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맷 데이먼, 귀네스 펠트로, 르브론 제임스 등 할리우드와 스포츠계 슈퍼스타들이 가상화폐의 위험성은 언급하지 않은 채 팬들의 투자를 유도하고서 이제는 침묵하고 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작년부터 스타를 이용한 가상화폐 홍보전은 이상 열기 수준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들 스타는 소셜미디어나 언론 인터뷰, 뮤직비디오 등 다양한 수단으로 가상화폐가 '힙한' 문화나 어떤 철학이 있는 것처럼 홍보했다고 NYT는 지적했다.
미식축구리그(NFL) 결승전 슈퍼볼은 30초 광고 단가가 700만달러(약 89억원)에 이르는 미국 최대 스포츠 행사인데, 올해 슈퍼볼은 가상화폐 광고들이 몰리면서 '크립토(가상화폐) 볼'로 불릴 정도였다.
맷 데이먼은 지난해 가상화폐 거래소 크립토닷컴 광고에서 가상화폐를 비행기나 우주비행의 개발로 비유하며 띄웠다.
미국프로농구(NBA) 유명 선수 조엘 엠비드는 최근 이 회사 광고에 출연했고, NBA LA 레이커스의 슈퍼스타 르브론 제임스는 올해 이 회사 슈퍼볼 광고에 나왔다.
배우 리즈 위더스푼은 지난해 12월 온라인상에서 "가상화폐가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됐다"고 말했고, 귀네스 펠트로는 지난해 비트코인 경품에 자신의 이름을 빌려주기도 했다.
미국프로풋볼(NFL)의 '전설' 톰 브래디, 테니스 스타 오사카 나오미, 패리스 힐튼 등도 가상화폐 홍보에 동참했다.
하지만 최근 가격 폭락 속에 이들 유명인이 팬들에게 위험성에 대한 경고 없이 가상화폐 투자를 부추기는 데 일조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스타들이 광고하는 의류나 식품 등 일반 상품과 달리 가상화폐 시장은 변동성이 크고 사기 행위도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가격 폭락 이후 입장을 묻는 질문에 말을 아끼고 있다.
NYT는 이번 사태는 유명인을 동원한 마케팅의 오류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젊은 저소득층 투자자들이 가상화폐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인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조반니 콤피아니 시카고대 교수는 "사람들이 투자하는 것은 진짜 돈"이라며 "가상화폐를 홍보하는 이들은 잠재적인 하락 가능성에 대해 더 솔직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존 쿤리프 영국중앙은행 부총재는 최근 한 행사에서 당국의 가상화폐 규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가상화폐 자산에 투자한 개인투자자가 많다면서 "그들이 모두 투자 대상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가. 아니라고 본다. 그들은 이를 금융투자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가상화폐 자산은 본질적인 가치가 없다. (시장의) 심리에 따라 주로 위험자산으로서 움직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제수단으로 쓰이는 가상화폐는 현금 같은 안정성과 신뢰성을 제공해야 하며, 투기 대상인 가상화폐는 도박처럼 규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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