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물가 대란에 석유수급 개선 포석 가능성도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미 당국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를 일부 완화했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 등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익명의 미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미 재무부가 이날 미 정유사 셰브론에 베네수엘라 정부와의 원유사업 재개 논의를 허가했다고 전했다.
1920년대부터 베네수엘라 국영 정유사 PDVSA와 거래해 온 셰브론은 2019년까지만 해도 베네수엘라에서 하루 2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했으나, 2020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행정부의 명령으로 생산을 중단했다.
이후 현지에는 유전 기능 유지를 위한 필수 인력만 남겨져 있다.
이번 조처에는 전직 PDVSA 고위직이자, 베네수엘라 영부인의 조카인 인물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다만, 베네수엘라에서의 원유 시추나 베네수엘라산 원유 수출은 여전히 허용되지 않고, 베네수엘라 중앙은행 등을 포함한 140여 기관과 개인에 대한 제재도 유지된다.
미 정부 고위 관계자는 AP 통신에 "근본적으로는 (베네수엘라 측과) 대화가 허용되는 것"이라고 이번 조처의 의미를 설명했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를 일부 완화한 것은 '두 대통령' 사태로 요약되는 정치 혼란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과 (친미 성향) 야권의 대화를 독려하려는 의도"라고 관련 당국자들은 전했다.
실제, 이날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필두로 한 현 정부와, 미국 등이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하는 야권 지도자 후안 과이도 측은 협상 재개를 위한 대화에 착수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2018년 대선을 앞두고 야당의 출마를 봉쇄하려는 움직임을 보였고, 이에 야권이 보이콧을 선언하자 야당이 없는 반쪽 선거로 손쉽게 재선에 성공했다.
이를 부정선거로 간주한 미국은 베네수엘라 정권에 대한 제재를 대폭 강화했고, 베네수엘라 야권은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은 채 과이도를 임시 대통령으로 내세워 극단적 대립을 이어왔다.
현재, 미국과 영국 등 60여 개국은 마두로 대통령이 아닌 과이도를 베네수엘라 수반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최근 미국 정부가 베네수엘라에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고, 마두로 정권 역시 야권과의 대화를 재개하고 자국에 수감 중이던 미국인 2명을 석방하는 등 양측이 관계 개선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미국의 이번 움직임이 최근 돈독해진 베네수엘라와 러시아의 거리를 벌려놓으려는 전략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가격과 물가가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가운데 베네수엘라 석유산업에 대한 제재를 해제, 공급난을 해소하려는 포석이란 해석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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