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퍼튜니티호에 이어 두 번째, 헬기 인저뉴어티도 위태위태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붉은 행성' 화성의 내부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파견된 화성 탐사선 '인사이트'(InSight)호가 결국 덕지덕지 쌓이는 먼지에 무릎을 꿇고 말 전망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외신에 따르면 인사이트호는 태양광 패널에 쌓이는 먼지로 충전을 제대로 못 해 동력을 점점 잃고 있으며, 7월께 지진계를 비롯한 과학 장비를 더는 가동 못 하고 12월께 신호가 아예 끊길 것으로 예상된다.
'화성 지질학자'라는 별칭이 붙은 인사이트호는 지난 2018년 11월 말 화성 적도 인근의 엘리시움 평원에 착륙해 행성의 진동을 측정할 지진계를 설치하고 이른바 '화진'(marsquake)을 기록해 왔다. 원래 지하 5m 깊이에 행성 내부온도를 측정할 '지열측정기'(HP3)도 설치할 계획이었지만 토양 마찰력이 예상보다 약해 50㎝도 채 파고들지 못하면서 지하 열측정은 실패하고 말았다.
반쪽짜리 임무가 됐지만, 인사이트호가 설치한 지진계는 그간 1천300차례가 넘는 화진을 잡아냈으며 2주 전에는 규모 5에 달하는 역대 최대 화진을 포착해 화성의 내부 구조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재 인사이트호의 태양광 충전량은 처음 화성에 도착했을 때의 10분의 1에 불과한 상태다.
전기오븐으로 따지면 처음에는 1시간40분을 가동하고도 남는 전력이었지만 지금은 최대 10분을 넘기지 못하는 양만 충전하고 있다.
NASA가 화성에 보낸 탐사선을 먼지로 잃게 되는 것은 로버 '오퍼튜니티'(Opportunity)호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태양광 충전으로 동력을 얻는 오퍼튜니티호는 2018년 5월 말 화성 전체를 휘감는 먼지 폭풍이 일자 동력을 아끼기 위해 동면에 들었다가 다시 깨어나지 못한 채 연락이 끊겼다.
지난 2004년 1월 화성에 착륙한 오퍼튜니티호는 설계 수명 90일을 훨씬 넘겨 15년 가까이 활동했지만 종언을 고하게 된 직접적 원인은 화성 먼지였다.
인사이트호 운영팀도 이동하지 않고 한자리에서 화진과 지열을 기록할 인사이트호가 먼지 위험에 노출될 것으로 예상은 했으나 화성의 강한 바람이 태양광 패널에 쌓이는 먼지를 쓸어가 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주변에서 수천 번 넘게 회오리바람이 불었지만 태양광 패널 위의 먼지를 청소해주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화성에서 첫 동력비행을 해내고 당초 예정됐던 기간을 훨씬 넘겨 1년 이상 활동 중인 화성 헬기 '인저뉴어티'(Ingenuity)도 화성 먼지의 위협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태양광 패널에 먼지가 쌓이면서 6개의 리튬이온 배터리에 대한 충전 효율이 떨어지는 데다 활동 지역인 북반구에 겨울이 다가오면서 햇빛양이 더 줄어드는 설상가상의 위험한 상황에 부닥쳐있다.
인저뉴어티는 이달 초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와 한때 연락이 끊겼다가 복원돼 NASA 관계자들이 가슴을 쓸어내린 적이 있는데, 이때도 동력 부족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인저뉴어티는 충전량이 하한선 밑으로 떨어지면서 정지모드로 전환하는데, 이때는 100℉ 이하로 떨어지는 밤에 장비를 보호하기 위해 거의 모든 전자장치를 껐다가 충전이 가능한 낮 시간에 다시 켜지만 내부 시계까지 재설정되며 퍼서비어런스호와 교신 시간이 맞지 않아 연락이 끊기는 사태가 벌어졌다.
현재 화성에서 활동 중인 큐리오시티(Curiosity)와 퍼서비어런스호는 핵추진 로버여서 먼지 위협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상태다.
<YNAPHOTO path='AKR20220518125400009_04_i.gif' id='AKR20220518125400009_0901' title='퍼서비어런스호가 화성 도착 48솔째에 포착한 인저뉴어티. ' caption='[NASA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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