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계좌에 2천500억원' 무바라크 아들 "가족 부패혐의 벗어"

입력 2022-05-18 16:22  

'스위스계좌에 2천500억원' 무바라크 아들 "가족 부패혐의 벗어"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최근 스위스 비밀계좌 정보 유출 과정에서 수천억 원대 예금 보유 사실이 드러난 이집트의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2020년 사망) 전 대통령의 아들이 국제법정에서 가족의 부패 혐의를 벗었다고 주장했다.
18일(현지시간) 일간 알아흐람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차남인 가말 무바라크는 전날 유튜브에 게시한 20분 56초짜리 영상을 통해 자신과 가족들이 국제 법정에서 부패 혐의를 벗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그는 유럽연합 등 국제 법원의 최근 판결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제 사실관계가 확립됐고 거짓 주장에 대한 명확한 반박이 이뤄졌다. 역사적 기록은 독립적으로 그리고 법적으로 수정되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자신과 가족들을 국제 법정에 세운 이집트 사법 당국도 비난했다.
1981년부터 30년간 장기집권한 독재자 무바라크는 '아랍의 봄' 여파에 따른 이집트 민주화 시위로 2011년 4월 축출됐다. 곧바로 체포된 그는 2017년 3월 석방될 때까지 6년간 복역했다.
무바라크는 시위대 살인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부패 혐의는 벗지 못한 상태로 2020년 사망했다.

그의 두 아들도 부친의 권력을 이용해 막대한 부를 축적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특히 차남인 가말은 민주화 운동 이전까지 이집트의 유력한 후계자로 꼽혔다.
국제적 부패 억제를 위한 비정부기구(NGO)인 국제투명성기구는 무바라크가 대통령 재직 당시 빼돌린 공적자금이 700억 달러(약 88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두 아들은 2011년부터 부정 축재 등의 혐의로 구금상태에서 재판을 받다가 4년 만인 2015년 1월에 석방됐다. 이들은 이후 재판을 통해 혐의를 벗었고 이집트 검찰은 지난해 7월 이들의 자산 동결 조치도 해제했다.
또 스위스 검찰은 지난 4월 무바라크 일가의 자금 세탁 및 조직범죄 혐의에 대해 기소하지 않기로 했다.
같은 달 유럽연합 보통 법원도 무바라크의 부인과 두 아들 및 그들의 배우자에 대한 이집트 검찰의 조사 과정에서 권리 침해가 있었다면서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국제투명성기구는 이런 일련의 조치가 부패한 지도자들에게 면죄부를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을 심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가말은 "법원의 판결은 무바라크 계좌에 대한 EU의 제재가 불법이며 해제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간주한 것"이라면서, 일가에 대한 비판 등에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선포했다.
하지만 그는 최근 스위스 비밀계좌에 예치된 것으로 드러난 거액 현금의 출처 등 재산 축적 과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세계 46개 매체가 참여한 '조직범죄·부패 보도 프로젝트'(OCCRP)는 지난 2월 크레디트 스위스 내부 고발자 제공 자료를 분석, 무바라크의 두 아들이 2003년에 1억9천600만 달러(약 2천500억 원)를 예치하는 등 모두 6개의 계좌를 소유했다고 밝힌 바 있다.
meola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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