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각신경구 없어 냄새 아닌 맛으로 식별…고유 휘파람 소리와 연계해 활용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돌고래가 바닷물에 섞여 있는 오줌 맛으로 친구가 주변에 있는지를 알아챈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AFP통신에 따르면 영국 세인트앤드루스대학의 해양포유류 연구원 제이슨 브룩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돌고래 중 가장 큰 종인 '큰돌고래'(bottelnose dolphin)를 통해 확인한 실험 연구 결과를 과학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큰돌고래가 개체마다 고유의 휘파람 소리를 내고 20년이 지나도 이를 기억하는 인지 능력을 가진 점을 고려해 실험 대상으로 삼았다.
우선 이들을 먹이 보상 방식으로 훈련해 오줌 시료를 채취한 뒤 8마리에게 친한 개체와 익숙하지 않은 개체의 오줌 시료를 각각 제시하고 반응을 살폈다.
그 결과, 큰돌고래들이 바닷물과 오줌을 구분할 수 있으며, 친한 개체의 오줌 시료가 섞인 수역에서 세 배나 더 오래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친한 개체가 내는 고유의 휘파람 소리를 수중 스피커를 통해 들려주고 이 개체의 오줌과 다른 개체의 오줌 시료를 제시하는 실험에서도 휘파람 소리와 오줌이 일치하는 수역에서 더 오래 머무는 것을 확인했다.
이런 결과는 큰돌고래가 오줌 맛을 통해 다른 개체를 식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개체 고유의 휘파람 소리와 연관 지어 인식할 수 있다는 점을 나타내는 것으로 해석됐다.
연구팀은 돌고래가 사회적 상호작용으로 상대방의 생식기에 입을 갖다 대는 이른바 '생식기 검사'를 자주 해 다른 개체의 오줌 맛을 알 수 있다고 했다. 특히 돌고래는 후각신경구가 없어 바닷물에 섞인 오줌의 냄새가 아닌 맛을 통해 식별하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연구팀은 큰돌고래가 오줌 속 주요 단백질을 통해 다른 개체를 식별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너른 바다에서 큰돌고래가 싼 오줌 '수괴'(水塊)는 당분간 남아있어 다른 개체가 맛을 통해 이를 인지하는 것은 상당한 이득이 있다"면서 "큰돌고래는 소리를 통하지 않더라도 어떤 개체가 최근까지 주변에 있었는지를 알게 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또 "큰돌고래의 식별 기술을 고려할 때 오줌을 통해 상대방의 생식 상태 등과 같은 정보를 얻어내거나 페로몬을 통해 서로의 행동에 영향을 주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했다.
eomn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