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사직했는데 2년 만에 유명무실 처벌…'봐주기' 논란 예상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외제 차를 과속으로 몰다 근무 중인 경찰을 치어 숨지게 한 재벌 손자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려 태국 사회에 파문을 일으켰던 전직 검찰 이인자가 뒤늦게 검사직 해임 결정을 받았다.
이미 검찰을 떠난 인사에게 2년만에 내려진 '유명무실'한 처벌이라는 비판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19일 일간 방콕포스트와 네이션 등에 따르면 검사위원회(PPC)는 전날 회의를 열어 2012년 경찰관을 치어 숨지게 하고 뺑소니를 친 '레드불 손자' 오라윳 유위티야(당시 36세)에게 2020년 불기소 결정을 내린 나떼 낙숙 전 검찰청 차장에 대해 검사직 해임 결정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팟차라 유티탐담롱 PPC 위원장은 나떼 전 차장이 중요한 사실과 증거를 고려하는 데 신중하지 못했고, 조사 보고서에 주의를 제대로 기울이지 않아 국가에 심대한 타격을 야기했다는데 위원들 모두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나떼 전 차장에게 중대한 처벌을 내리는 것이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가 불법·부정을 저질렀다는 증거는 찾을 수 없었고, 40년 넘게 공직에서 국가에 기여한 만큼 처벌을 경감할 이유가 있다"며 검찰을 떠난 날로 소급해 그를 검사직에서 해임하는 것으로 처벌을 갈음했다고 밝혔다.
나떼 전 차장은 불기소 결정으로 여론이 악화하자 2020년 10월 정년 퇴직을 약 2개월 앞두고 사직서를 냈다.
팟차라 위원장은 이번 결정으로 그에 대한 징계 처분은 종료됐으며, 검찰총장도 그에 대한 형사 처벌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떼 전 차장은 지난 2020년 7월 세계적 스포츠음료 레드불 공동 창업주의 손자 오라윳의 뺑소니 사망사건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린 장본인이다.
이 결정은 태국 국민 사이에 '유전무죄' 공분을 불러오면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오라윳은 2012년 9월 방콕 시내에서 페라리를 타고 과속하다 오토바이를 타고 근무 중이던 경찰관을 차로 치어 숨지게 했다.
당시 오라윳 체내에서 마약인 코카인 성분이 검출되기도 했다.
그러나 당국의 봐주기 속에 그는 해외로 도피해 행방은 아직까지 오리무중이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오히려 숨진 경찰에 잘못이 있다'는 뒤늦은 증언을 내세워 2020년 7월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이후 여론의 공분이 커지면서, 결국 쁘라윳 짠오차 총리가 직접 진상조사단 구성을 지시했다.
그 결과 '레드불 손자'를 보호하기 위해 정치인과 검·경찰 그리고 변호사가 가담한 조직적 음모 및 비호가 있었다는 점이 드러났다.
진상조사단은 나떼 전 차장도 오라윳을 보호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불법적으로 행동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검사위원회 조사가 진행됐다.
그러나 위원회가 불법을 저질렀단 증거를 찾을 수 없다면서, 2년 전에 검찰을 떠난 나떼 전 차장에게 뒤늦게 검사직 해임 결정을 내린 것을 두고 '유명무실' '봐주기' 비판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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