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최악의 경제난을 겪고 있는 스리랑카 정부가 유조선 1척 분량의 휘발유 수입 대금을 지급할 달러조차 바닥났다고 밝혔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칸차나 위제세케라 스리랑카 전력·에너지 장관은 이날 자국 의회에 출석해 "스리랑카 영해에 휘발유를 실은 유조선이 한 척 있지만 외환이 없다"면서 조만간 결제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 동일한 휘발유 공급업체에 이미 5천300만달러(약 676억원)의 대금을 빚지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러한 국가 재정 상황을 밝히며 국민들에게 며칠 동안은 휘발유를 사기 위해 줄을 서지 말라고 요청했다.
앞서 라닐 위크레메싱게 스리랑카 신임 총리도 16일 대국민 연설에서 석유, 의약품 등 생활필수품 부족이 심각하다고 밝힌 바 있다.
위크레메싱게 총리는 당시 "휘발유 재고가 하루치밖에 남지 않았다"면서 스리랑카 영해에 정박 중인 유조선 3척에 대금을 지불하기 위해 정부가 달러를 구하려고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몇 달간은 우리 삶에서 가장 힘든 시기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스리랑카의 다음 달 연료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5억3천만달러(약 6천756억원)가 들 것으로 추정되며, 현재 휘발유는 구급차 등 긴급한 분야에 우선 공급되고 있다.
스리랑카는 주력 산업인 관광 부문이 붕괴하고 대외 부채가 급증한 가운데 지나친 감세 등 재정 정책 실패까지 겹치면서 경제난에 직면했다.
연료, 의약품, 식품 등의 부족이 계속되는 등 민생은 파탄 지경에 이르렀고, 30%에 이르는 물가상승률도 아시아에서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스리랑카는 지난달 초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을 때까지 510억달러(약 65조원)에 달하는 대외 부채 상환을 유예한다며 일시적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다.
와중에 지난 9∼10일 전국적으로 격렬한 반정부 시위까지 발생해 9명 이상이 숨지고 300여명이 다치는 등 정국도 혼란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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