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 가스를 구매하는 외국 기업들 가운데 절반 정도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요구한 루블화 결제를 위해 현지 가스프롬방크에 계좌를 개설했다고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부총리가 19일(현지시간) 밝혔다.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노박 부총리는 이날 한 포럼에 참석해 가스 대금 루블화 결제 방식에 대해 "우리의 수출 대금을 보존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하면서 이같이 전했다.
그는 "현재 유럽 국가들과 미국의 여러 조치로 (러시아의) 수출 대금에 대한 위험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러시아 통화(루블화)로 결제를 변경하면서 그같은 위험을 낮췄다"고 주장했다.
노박 부총리는 "대·중·소 기업 54곳이 (러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의 수출 부문 자회사인) '가스프롬 엑스포르트'와 (수입)계약을 체결하고 있다"면서 "이 가운데 약 절반 정도가 러시아의 전권 은행(가스프롬방크)에 특별 외화 계좌와 루블화 계좌를 개설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4월분 가스공급 대금 결제가 5월에 이루어진다"면서 "조만간 루블화로 결제한 기업과 루블화 결제를 거부한 기업의 정확한 명단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3월 말 유럽연합(EU) 회원국 등 비우호국 구매자들이 4월 1일부터 러시아 가스 구매 대금을 러시아 통화인 루블화로 결제하도록 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대통령령이 공시한 결제 방식에 따르면 전권을 위임받은 가스프롬의 금융 부문 자회사 '가스프롬방크'가 먼저 외국 가스 구매자들의 신청으로 가스 대금 결제를 위한 '특별 루블화 계좌'와 '특별 외화 계좌'를 개설한다.
이어 외국 구매자는 특별 외화 계좌로 외환을 송금하고 전권 은행인 가스프롬방크가 이 외화를 모스크바 외환시장에서 루블화로 환전한 뒤 구매자의 특별 루블화 계좌로 입금해 이 루블화로 러시아 공급자의 루블화 계좌로 송금하는 방식이다.
크렘린궁은 앞서 이 같은 결제 방식이 러시아의 무역을 보호하고 가스 판매 대금인 달러와 유로화를 뺏기지 않기 위해서 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외국 가스 구매자들이 서방 제재 대상이 아닌 가스프롬방크 계좌에 곧바로 외화를 입금하기 때문에 계좌 예치금이 서방 제재로 압류당할 위험이 없다는 설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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