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서 혼합현실(MR) 헤드셋 공개…'이르면 연말 출시'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미국 애플이 지난주 열린 이사회에서 새로운 혼합현실(MR) 헤드셋을 선보였다고 블룸버그가 20일 보도했다.
애플은 2011년 인공지능(AI) 비서 시리가 출시되기 수 주 전에도 이사회에서 시제품을 보여주고 검토한 바 있다. 애플 이사회는 팀 쿡 최고경영자(CEO)와 사외이사 8명으로 이뤄진다.
이에 따라 이사회에 MR 헤드셋을 선보였다는 것은 개발이 사실상 마무리돼 출시가 임박했음을 시사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애플은 아울러 헤드셋용 아이폰 앱도 조만간 출시할 계획이며 헤드셋 전용 소프트웨어인 'rOS'('reality OS'의 약자)도 개발 중이다.
애플은 최근 몇 주 동안 MR 헤드셋에서 실행될 소프트웨어 개발에 속도를 냈으며, 출시 시점을 이르면 올 연말 또는 내년으로 잡은 것으로 블룸버그는 추정했다. 애초 애플 헤드셋은 2019년 공개돼 2020년 출시될 예정이었으나, 미뤄져 왔다.
애플은 다음 달 열릴 연례 개발자 행사인 '세계개발자대회'(WWDC)에 이 기기를 공개할 계획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으나,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실제 애플은 전문가용 노트북에 탑재되는 고성능 반도체를 MR 헤드셋에 넣으려 했으나, 칩에서 고열이 발생하는 문제에 직면해 그동안 개발이 지연된 것으로 알려졌다.
MR은 현실 세계에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을 덧씌워 현실과 가상세계 간 상호작용이 가능하게 하는 기술을 가리킨다.
애플이 출시할 제품은 VR과 AR 기능을 합친 MR 헤드셋으로, 초고해상도 화면과 사용자의 눈동자 움직임이나 손동작을 추적하는 기능이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출시될 애플의 MR 헤드셋은 코드명 'N301'로 2015년부터 개발돼 온 것이며, 애플의 마이크 록웰 부사장이 개발을 이끌어왔다.
애플은 현실 세계에 디지털 정보와 이미지를 겹친 코드명 'N421'인 독립형 AR 안경도 개발 중이다.
업계에선 애플 헤드셋이 출시되면 페이스북 모기업인 메타 플랫폼, 소니, 마이크로소프트(MS) 등과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메타는 앞으로 수개월 내에 애플의 MR 헤드셋과 유사한 '프로젝트 캄브리아'를 800달러(약 101만원) 이상의 가격으로 내놓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의 MR 헤드셋 가격은 2천달러 이상일 것으로 추정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AR/VR 헤드셋 시장은 지난해 92% 성장해 판매량 1천100만대 이상을 기록했다. 메타의 '퀘스트 2' VR 헤드셋은 매출 기준으로 78%를 점유했다.
구글 글래스나 미국 스타트업 매직리프의 AR 기기 등 과거의 AR 기기는 소수의 소비자에게만 팔리거나 실패작으로 끝났다.
메타의 퀘스트 VR 헤드셋은 이보다는 성공적이었지만 여전히 열성적인 게이머 너머로 시장을 확장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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