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동티모르 2대 대통령을 역임한 주제 라모스 오르타(72)는 20일 5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오르타 대통령은 이날 0시 전후에 열린 독립 20주년 기념식 겸 취임식에서 "가난을 줄이고, 엄마와 아이들을 위한 보건 서비스를 개선하고, 정치적 안정을 회복하기 위한 대화를 촉진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호주, 뉴질랜드, 인도네시아 등 이웃 국가들과 관계 증진에 힘을 쏟고, 특히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의 11번째 회원국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오르타 대통령은 앞서 17일 연합뉴스 특파원과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은 자랑스러운 국가이다. 한국인의 근면 성실함과 교육의 힘으로 짧은 기간에 세계 주요 경제국이 됐음을 잘 알고 있다"며 더 많은 투자를 요청했다.
오르타는 인도네시아의 동티모르 식민지배 시절 독립운동 지도자로서 비폭력 저항 운동에 앞장서 1996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그는 2006∼2007년 동티모르 총리, 2007년∼2012년 2대 대통령을 역임했으며 지난달 19일 치러진 전·현직 대통령 간 대선 결선투표에서 62.09% 득표로 재집권에 성공했다.
동티모르는 452년 동안 포르투갈의 식민지배를 받은 후 1975년 독립했지만, 열흘 만에 인도네시아가 강제 점령했다.
이후 1999년 8월 유엔 관리하에 주민투표를 거쳐 독립을 가결했고, 제헌 국회의원 선거를 거쳐 2002년 5월 20일 동티모르민주공화국을 선포했다.
주민투표 당시 유엔이 임명한 세 명의 선거 관리 위원 중 한 명인 손봉숙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이사장은 동티모르가 새내기 민주공화국으로 태어나는 과정의 '산증인'이자 '산파'로 꼽힌다.
아울러 동티모르 독립 과정에 친인도네시아 민병대가 유혈사태를 벌이자 당시 김대중 정부가 유엔의 요청을 받아들여 상록수 부대를 파병했다.
1999년 10월부터 2003년 10월 철수할 때까지 4년간 우리 군인 총 3천328명이 동티모르에 파병됐으며, 장병 5명이 임무 수행 중 급류에 휩쓸려 목숨을 잃기도 했다.
강원도 크기 면적에 인구가 137만명인 동티모르는 41%가 빈곤층으로 분류될 만큼 여전히 가난하다.
실업자와 불완전고용자 비율이 전체 인구의 70%에 달하며, 기본소득과 보건 수준, 문맹률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와 비슷하다.
한편, 오르타 새 대통령은 이날 취임식에서 직전 대통령이자 대선 맞수였던 프란시스코 구테레스에게 명예훈장을 수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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