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 후에도 러시아 갑부들 건재…영국 부자 명단에 올라

입력 2022-05-20 22:08  

제재 후에도 러시아 갑부들 건재…영국 부자 명단에 올라
선데이타임스 평가 최고 부자는 힌두자 형제 45조원
재무부 장관이 220위 부자…여왕 자산 5천860억원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영국 등 서방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올리가르히(신흥재벌)들의 막대한 자산 규모에는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영국 선데이타임스는 20일(현지시간) '2022년 영국 부자 명단'을 발표하고 러시아 갑부들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 제재로 타격을 입었을 것으로 기대했다면 실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데이타임스는 영국 거주민뿐 아니라 영국에 주택이나 기업을 갖고 있거나 런던 증시 상장사 주식 등을 보유한 외국인 등까지 포함해서 자산규모를 평가하고 순위를 매긴다.
선데이타임스는 제재를 받은 올리가르히들이 자산동결과 여행금지 등으로 인해 다소 불편을 겪었겠지만 이들의 자산 규모는 대체로 유지됐다고 밝혔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아스날 구단 주주였던 알리셰르 우스마노프는 자산이 100억파운드(15조8천억원)로 11위에 올랐다. 작년보다 34억파운드 줄면서 순위가 6위에서 밀려났지만 여전히 최상위권이다.
푸틴 측근인 모셰 칸토르는 자신의 비료회사 아크론 주가가 폭등하면서 자산이 80억파운드로 약 두배로 뛰었고 순위도 48위에서 20위로 올랐다.
칸토르가 제재로 인해 겪는 고충은 런던 초호화주택 공사 중단 정도로 보인다.

이렇게 올리가르히들의 부가 유지된 배경으로는 우선 루블화 가치가 폭락했다가 러시아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20% 인상 이후 반등한 것이 꼽힌다.
또 사실 자산 대부분이 서방 당국 손에 닿지 않는 곳에 있다.
이들은 '런던 세탁소'로 불리는 런던 금융가의 도움을 받아서 자금을 조세회피처로 대거 옮겨놨으며, 최근엔 러시아에 우호적인 두바이나 키프로스 등으로 가는 길도 찾아냈다.
선데이타임스는 제재가 적용된 경우에도 자산이 몰수된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우스마노프의 경우 유럽 각국이 빌라, 헬기, 슈퍼요트 딜바르 등을 압류했지만 소유권에는 변동이 없다.
자산을 몰수하려면 범죄로 취득했음을 입증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지난한 법적 다툼을 거치며 세금을 쏟아부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선데이타임스는 전했다.
다만 첼시 구단주 로만 아브라모비치는 자산이 60억파운드로 절반 이하로 줄면서 순위가 8위에서 28위로 떨어졌다. 러시아 철강회사 에브라즈 주식 가치가 반토막이 난 영향으로 보인다. 게다가 첼시 구단 매각 대금도 한 푼도 못받을 가능성이 크다.
올해 영국 최고 부자는 스리·고피 힌두자 형제 일가로, 자산이 285억파운드(45조원)로 작년보다 115억파운드 증가하며 2위에서 1위로 올라섰다.
1914년 인도 뭄바이에서 설립된 힌두자 그룹은 석유와 부동산, 금융, 정보기술(IT)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 세계에 사업체를 갖고 있다.
2위는 유명 가전업체 창립자인 제임스 다이슨 일가로 자산이 230억파운드다.
선데이타임스는 올해는 자산 10억파운드 이상 갑부가 1천777명으로 작년보다 6명 늘었다고 밝혔다.
부자 순위 250위권의 총 자산은 7천100억파운드로 1년 만에 8% 증가했다. 이는 2017년 기준 부자 1천명의 자산보다도 많다.
250위권 부자의 38%만 영국 출생으로, 10년 전(45%)보다 비율이 낮아졌다.

올해는 리시 수낙 재무부 장관 부부가 자산 7억3천만파운드(222위)로 250위권에 진입했다.
자산 대부분은 인도 IT 대기업인 인포시스 창업자의 딸인 부인 아크샤타 무르티가 보유한 인포시스 지분(6억9천만파운드 상당)이다.
여왕의 올해 자산은 3억7천만파운드(5천860억원)로 작년보다 500만파운드 늘었다.
mercie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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