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4년 '나팔피 학살' 뒤늦은 단죄…법원, 피해 배상도 명령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약 100년 전 남미 아르헨티나에서 발생한 원주민 400여 명 학살사건에 대해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뒤늦게 내려졌다.
20일(현지시간) AFP통신과 아르헨티나 언론들에 따르면 전날 아르헨티나 법원은 1924년 발생한 "반인류 범죄"에 대해 정부에 책임이 있다며,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조치를 명령했다.
수닐다 니렘페르헤르 판사는 "당시 학살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했다"며 "(피해자들은) 트라우마에 시달렸고 그들의 언어와 문화는 말살됐다"고 말했다.
'나팔피 학살'로 불리는 이 사건은 1924년 7월 아르헨티나 북부 차코주의 나팔피에서 벌어졌다.
유럽에서 온 농장주들 밑에서 노예에 가까운 생활을 했던 '콤'과 '모코이트' 원주민들이 비인간적이고 불공정한 처우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이던 중 무장한 경찰과 농장주 등이 시위대에 총을 쐈다.
무기라고는 창뿐이었던 원주민들은 날아오는 총알을 그대로 맞았다. 총격 후에도 목숨이 붙어있던 이들은 참수되거나 생매장됐고, 여성과 어린아이를 포함해 400명 넘게 숨졌다.
나팔피에 살던 원주민 70∼80%가 한꺼번에 목숨을 잃은 것이었다.
끔찍한 사건이 발생하고 한참이 지나는 동안에도 단죄는 이뤄지지 않았다. 살아남은 피해자가 없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재판조차 열리지 않았다.
사건 발생 98년 만인 지난달에야 아르헨티나는 '진실을 위한 재판'이라는 이름으로 당시 사건을 법정에 올렸고, 한 달간의 심리 끝에 전날 국가의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판결문은 공용어인 스페인어 외에 콤과 모코이트족 언어로도 낭독됐다.
법원이 정부에 명령한 배상 조치엔 학교 수업에서 이 사건을 다루고, 피해자 유해 발굴 노력을 이어가라는 것도 포함됐다.
금전적인 배상은 이번 판결에 담기지 않았지만, 향후 민사소송을 위한 길이 열렸다고 AFP통신은 설명했다.
콤족 후손인 라켈 에스키벨은 AFP통신에 "원주민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때"라며 "진실을 규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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