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양성애 남성 비율 높아…아직 성병으로 볼 수 없어"
WHO 비상대책회의 소집…"천연두 백신접종 논의할 듯"
(런던·파리=연합뉴스) 최윤정 현혜란 특파원 = 아프리카에서 주로 발병했던 원숭이두창 바이러스가 유럽 곳곳에 번지고 있다.
영국과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웨덴 벨기에, 프랑스, 독일 등에서 100건이 넘는 감염 사례가 확인됐다고 로이터 통신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럽에서 가장 먼저 원숭이두창 감염 사례를 확인한 영국에서는 감염 환자가 11명 추가돼 20명으로 늘었다.
영국 보건안전청(HSA)은 성명에서 당분간 감염이 더 늘어나고, 더 많은 지역에서 환자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최근 영국과 유럽에서 확인된 원숭이두창 감염 환자 중에는 게이나 양성애 남성의 비율이 높다는 게 영국 보건당국의 설명이다.
스페인에서도 수도 마드리드를 중심으로 원숭이두창 감염 환자가 9명 늘어 총 30명이 됐다고 보건당국이 발표했다.
환자 다수는 같은 사우나를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는데, 여기서 말하는 사우나는 일반 목욕탕이 아니라 게이 남성이 선호하는 시설을 뜻한다.
마드리드 보건당국은 전염 사슬을 끊어낼 수 있도록 환자 동선을 추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르투갈에서는 성병 전문 클리닉에서 14건의 감염 사례가 나왔는데 이들 모두 게이, 양성애 남성이거나 남성과 성관계를 한 남성이었다.
지금까지 3건의 원숭이두창 감염을 확인한 이탈리아의 알레시오 다마토 라치오주 보건국장은 이 질병을 성병으로 보기는 이르다고 평가했다.
영국 킹스칼리지에서 바이러스학을 전공하는 스튜어트 닐 교수는 "성적인 관계로 전염이 됐다고 보는 것은 조금 지나치다"고 말했다.
이날 원숭이두창 감염 사례를 처음 확인한 독일 보건당국 관계자는 유럽에서 원숭이두창이 이처럼 널리, 많이 확산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앞서 프랑스 보건당국도 파리를 품고 있는 일드프랑스 지역에 거주하는 29세 남성이 원숭이두창에 감염됐다고 밝혔다.
이 남성은 원숭이두창 발병 지역을 여행한 전력이 없으며, 심각한 증상은 보이지 않은 채 자택에 격리 중이다.
벨기에에서도 이날 같은 파티에 참석했던 2명이 원숭이두창에 걸린 것으로 확인됐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발열, 두통, 발진과 같은 증세를 보이는 원숭이두창은 감염 환자자와 밀접한 접촉을 했을 때 옮을 수 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처럼 쉽게 퍼지지는 않는다.
독일 로베르트 코흐 연구소의 파비안렌츠는 "감염 환자를 잘 분리하고, 약물과 백신을 사용하면 이 전염병이 길게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원숭이두창을 위한 백신은 없지만 천연두 백신을 사용하면 85%의 예방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WHO는 비상 대책 회의를 소집했으며, 이 회의에서 천연두 백신 접종 여부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 텔레그레프지가 보도했다.
원숭이두창 전문가인 UCLA 앤 리모인 교수는 광범위한 예방접종보다는 밀접접촉자들에게 우선 예방접종을 하는 포위접종이 적절한 전략 같다고 말했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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