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강수·바람 등 기상요소 패턴 변화
(서울=연합뉴스) 문다영 기자 = 지난해 한국의 가을 하늘이 유독 맑았던 것은 중국의 오염물질 배출이 감소한 가운데 강수·바람 패턴이 변한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해 중국 내륙지역 홍수로 주요 탄광이 물에 잠기면서 석탄화력발전이 중단된데다가, 9월에 중국 동북부에 비가 많이 내리고 동풍이 우세해 한반도로 옮겨지는 오염물질이 줄었다는 것이다.
23일 학계에 따르면 이권호 강릉원주대 대기환경과학과 교수와 신성균 서울기술연구원 연구위원은 2015∼2021년 한국과 중국의 대기오염물질 농도 변화를 연구한 결과를 '한국대기환경학회지'에 게재했다.
연구팀은 한반도와 중국의 화력발전소가 포함된 동경 100˚∼140˚, 북위 25˚∼50˚에 해당하는 지역을 연구대상으로 삼았다.
관측 자료는 중국 대기환경관측망과 서울시의 지점별 평균 관측 정보, 지구관측위성인 '테라'(Terra)에 탑재된 중해상도 이미징 분광복사계(Moderate Resolution Imaging Spectroradiometer·
MODIS) 센서 관측 자료를 활용했다.
연구진은 관측기간을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5∼2019년(정상기간), 코로나19 봉쇄 기간으로 사회 활동이 감소한 2020년, 석탄 부족 기간인 2021년으로 나눠서 중국과 한국의 대기오염물질별 평균 농도를 비교했다.
지난해 중국은 호주산 석탄 수입을 금지한 가운데 여름에는 주요 석탄 생산 지역에서 발생한 홍수로 탄광이 폐쇄돼 화력발전소 가동이 중단되는 바람에 전력난을 겪었다.
중국의 경우 이산화황(SO₂), 일산화탄소(CO), 이산화질소(NO₂), 오존(O₃), 미세먼지(PM10, PM2.5) 등 대기오염물질 농도는 2020년과 2021년 모두 정상 기간과 비교해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서울시) 대기오염물질 농도는 정상기간과 비교해 2020∼2021년에 오존을 제외한 나머지가 낮게 관측됐다.
정상기간 대비 대기오염물질 감소폭은 중국과 한국 모두 2020년보다 2021년에 컸다. 이 점에 대해 "중국의 석탄 화력발전소 가동 중지가 대기질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특히 지난해 9월 한국의 대기오염물질 농도는 2009∼2015년의 평균 수치보다도 더 낮은 값으로 나타나 대기질이 매우 청정했다.
연구진은 사회적 요인과 별개로 기상 조건이 대기에 미친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관측 기간 중 9월의 강수와 바람에 대한 공간분석을 수행했다.
분석 결과 정상 기간 9월에는 강수가 주로 북위 35도 이남의 중국 내륙지방과 제주도 남부에 걸쳐 발생했다. 2020년 9월은 유사한 분포 경향을 보였고, 강수 강도가 강했다.
그러다 지난해 9월에는 중국 내륙의 강수 지역이 동서 방향으로 길게 퍼졌으며 보하이만 지역에 강수가 증가했다.
변화한 강수 지역에는 대기오염도가 높은 중국 동북부 지역이 포함돼 강수로 인한 세정 효과가 있었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추정했다.
바람 패턴의 변화도 함께 나타났다. 정상 기간의 9월에는 평균적으로 약한 북풍 계열의 바람이 부는 일반적인 가을 날씨를 보였고 2020년에도 이와 비슷했다.
그러나 지난해 9월에는 특이하게도 동풍 계열이 주풍(主風)이 돼, 바람이 동해에서부터 한반도를 가로질러 서해까지 불었다.
교신저자인 신 연구위원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강수와 바람 패턴의 변화는 지역적인 원인도 있겠지만 지구적 규모의 기후변화로 인한 결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A)의 관측기록을 언급하며 "지난해 9월의 평균 기온은 20세기 평균기온인 약 15도보다 0.9도 높았으며, 기후 관측 역사상 다섯 번째로 따뜻한 9월이었다"고 설명했다.
zer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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