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하는 프랑스 외무장관은 '패자' 직격…"모리스 져서 쌤통"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새 호주 총리 자리를 예약한 앤서니 알바니즈 노동당 대표를 호주 원주민 사회가 크게 반기고 있다고 영국 더타임스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선거 기간 '애버리지니'(Aborigine·호주 원주민)의 지위를 대폭 끌어올리는 내용의 개헌을 공약한 그가 총선 직후 연설에서도 개헌 국민투표 추진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121년 된 호주 헌법이 이번 그의 기대대로 개정되면 호주 의회에는 '의회를 향한 목소리'라는 원주민 자문기구가 설치된다.
이 기구는 호주 취약 계층인 원주민의 의견을 의회에 직접 전달하는 통로가 될 전망이다. 더타임스에 따르면 호주 원주민들은 현지에서 백인보다 감옥에 갈 확률이 12배, 실업률은 4배 높다. 반면 기대 수명은 훨씬 짧다.
인구 약 2천500만명인 호주에서 원주민은 약 80만 명으로 추산된다.
원주민을 대표하는 기관을 '헌법 기관'으로 설치하게 되면 당장의 생활에 큰 변화는 없을지라도 상징적 의미는 매우 크다고 더타임스는 평가했다.
애버리지니 활동가 짐 모리슨은 더타임스에 "우리의 목소리가 (의회에) 전해진다면 엄청난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알바니즈 대표가 호주를 이끌게 되면 외교적인 면에서도 의미가 작지 않다고 더타임스는 분석했다. 그는 입헌군주국인 호주를 공화국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꾸준히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먼저 애버리지니 지위 향상을 위한 개헌을 추진하고 나면 공화국 전환을 위한 주민투표를 진행할 여지도 충분하다.
영국과의 친밀 관계도 달라질 수 있다고 더타임스는 전망했다. 현 스콧 모리슨 총리는 보리스 존슨 총리와의 친밀도를 높이기 위해 오랜 기간 공을 들여왔으나 공화주의자인 알바니즈 대표는 다른 노선을 채택할 수 있다고 더타임스는 내다봤다.
한편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전 외무장관은 퇴임하면서 모리슨 호주 총리의 실각을 환호하는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영국 가디언신문에 따르면 르드리앙 장관은 퇴임식에서 "이 말은 해야겠다. 모리슨 총리가 져서 마음이 아주 편안하다"고 말했다. 한 국가의 외교 실무를 책임진 인물이 외교적 도발에 가까운 작심 발언을 한 셈이다.
그는 호주가 잠수함 거래 계약을 일방 취소했다면서 모리슨 총리를 향해 "잔인하고 냉소적이었다"며 "명백한 무능이었다는 말도 하고 싶다"며 '패자'인 모리슨 총리를 저격했다.
앞서 작년 9월 호주는 프랑스에게서 디젤 잠수함을 공급받는 계약을 일방 파기해 프랑스의 거센 반발을 샀다. 호주는 미국·영국과 함께 안보동맹 '오커스'(AUKUS)를 결성하면서 미국이 호주에 핵 추진 잠수함을 지원하기로 했다는 이유로 계약을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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