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마병 70%는 말 탄 경험 없어…특훈 중"
(서울=연합뉴스) 안희 기자 = 내달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96세 공식 생일 행사에서 성대한 퍼레이드를 보여야 할 영국 왕실근위대와 기마부대가 코로나19 확산의 여파로 2년여간 행사를 쉰 탓에 관련 준비에 애를 먹고 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영국 왕실 근위대와 기마부대는 다음 달 2일 런던 중심부인 세인트 제임스 파크 인근에서 열리는 '군기분열식'(Trooping the Colour)을 준비 중이다.
영국은 매년 6월 둘째 주 토요일에 여왕 생일 축하 행사를 성대하게 치르는데, 올해에는 여왕 즉위 70주년 기념행사(플래티넘 주빌리)에 맞춰 함께 열린다.
이 기간 치러지는 대표적 행사인 군기분열식은 왕실 근위대와 기마부대가 총출동하는 퍼레이드로, 시민과 관광객들도 수천 명씩 몰려드는 100년 전통의 행사다.
군기분열식은 지난 2년간 코로나19 방역 때문에 제대로 열리지 못했다. 왕궁 안뜰에서만 약식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원래 모습의 성대한 군기분열식은 3년 만에 다시 열리는 셈이다.
올해 행사에는 왕실 근위대 등에 속한 군인 1천500명과 연주자 400명, 말 250마리가 동원된다. 올해 행사의 최대 현안은 군인들이 2년 연속으로 군기분열식을 사실상 쉬면서 숙련도가 많이 떨어졌다는 점이다.
특히, 올해 행사에 참여하는 기마병 250명 중 70% 가까이가 이전에 말을 탄 적이 없는 군인들이라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군기분열식은 외부에 보이는 행진 시간이 90분이지만 기마병이 말 등에 올라탄 채 있어야 하는 시간은 5시간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마병들은 함께 행진하는 군악대와 보병 사이에서 보조를 맞추며 말을 침착하게 몰아야 하고, 1천개가량의 명령어를 외워야 한다고 텔레그래프는 소개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올해 행사에 참여하는 기마병들은 특훈이 필요한 상황이다.
기마부대 일원으로 참가하는 지휘관 제임스 알드리지는 "모든 것이 매끄럽게 보이도록 해야 하는데 그 이면에 엄청난 일이 일어나고 있다"며 "군기분열식엔 3번 참가해 봤지만 말을 타는 건 처음이라 6개월간 승마를 배우는 중"이라고 말했다.
군기분열식을 준비하는 장교인 조니 브룩스 대위는 "말을 탄 경험이 있는 군인도 제대로 행진하려면 부담이 크다"며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가슴을 편 채 말을 타는 게 쉬운 게 아니다. 각자의 도전과제가 있는 셈"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기마병뿐 아니라 군기분열식에 투입될 모든 군인이 숙련도를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를 떠안고 있다고 근위대 관계자들은 털어놨다.
군악대 지휘자인 폴 카슨 소령은 "이전에 군기분열식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드러머와 파이프 연주자는 전체의 3분의 1에 못 미친다"며 "행사에선 추가 음악을 많이 연주해야 해서 병사들의 학습곡선이 가팔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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