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말 5차 협상 이후 '부차 학살' 사태로 교착 상태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러시아가 중단 상태에 있는 우크라이나와의 평화협상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며 양국 정상 간 회담을 거론했다.
우크라이나는 영토의 완전한 회복을 조건으로 제시하며 선을 긋는 입장을 고수했다.
22일(현지시간) 타스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측 협상 단장인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대통령실 보좌관은 이날 벨라루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로서는 대화를 계속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메딘스키 보좌관은 "그러나 나는 공이 우크라이나에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며 "회담이 중단된 것은 전적으로 우크라이나의 계획이었다"고 책임을 우크라이나에 돌렸다.
그는 "러시아는 최고위급을 포함, 회담을 거부한 적이 없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이를 거듭해서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대통령 간 최고위급 회담을 위해서는 진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회담을 위한 문서 초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국 평화협상은 2월 24일 전쟁 발발 후 정기적으로 화상회의 형식으로 열렸다. 3월 29일 터키의 중재로 이스탄불에서 5차 협상이 열렸지만 구체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이후 부차 민간인 학살이 불거지며 협상은 교착상태다.
메딘스키 보좌관은 러시아는 한 달 전 우크라이나에 협정 초안을 언급했으며, 주요 입장은 이미 합의된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고 싶었지만, 그 이후로 우크라이나 쪽은 대화를 계속할 의사가 없었다. 그래서 우리 쪽 협상가들은 잠시 쉬었다"고도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자국 영토의 일부라도 러시아에 넘기는 한 휴전협정은 없다는 뜻을 밝혔다.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트위터에 "전쟁은 반드시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과 주권을 완전히 회복하는 것으로 끝나야 한다"고 썼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보도했다.
이 발언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공세를 강화하는 가운데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해 영토 복원을 강조한 가운데 나왔다.
두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의회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영토의 1㎝라도 내줘서는 안 된다"며 우크라이나 영토를 희생하는 것은 서방에 엄청난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도 "러시아에 대한 양보는 평화로 가는 길이 아니라 전쟁을 몇년 미루는 것"이라며 "우크라이나는 주권이든 영토든, 그곳에 거주하는 우크라이나인이든 거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측 협상단을 이끄는 포돌랴크 보좌관은 "러시아군은 반드시 이 나라를 떠나야 한다"며 "평화 프로세스는 그 이후에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최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과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가 즉각적인 휴전을 요구한 것과 관련해선 "매우 이상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러시아가 교전 중단 후 더 거세게 반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국 방송에서 러시아가 마리우폴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항전하던 우크라이나군 병력을 죽이지 않는 한 대화를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noma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