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인도네시아 주재 영국 대사관이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기(旗)를 게양하자 인도네시아 정부가 영국 대사를 불러 항의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 일간 콤파스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외교부는 '무지개기' 논란과 관련해 이날 오웬 젠킨스 주인도네시아 영국 대사를 초치했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외교부는 영국 대사관의 무지개기 게양이 인도네시아인들에게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며 해당 대사에게 인도네시아의 문화와 종교, 신념과 관련해 민감한 부분을 존중할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지난 17일 자카르타의 영국 대사관은 '국제 성 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을 맞아 지지의 의미로 무지개기를 영국 국기와 나란히 게양했다.
국제 성 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은 세계보건기구(WHO)가 동성애를 정신질환 목록에서 삭제한 날인 1990년 5월 17일을 기념한다.
그러면서 영국 대사관은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에 사진과 함께 "우리는 각국이 합의로 이뤄지는 동성 관계를 범죄로 여기지 않고, 모든 형태의 차별로부터 성 소수자를 보호하는 법안을 도입하라고 촉구한다"고 적었다.
이를 본 인도네시아 보수 무슬림들이 격분해 영국 대사관에 항의했다.
PA212 등 보수 이슬람 단체들은 무지개기 게양으로 인도네시아의 신성한 가치를 더럽혔다며 영국 대사를 추방하라고 외교부에 요구했다.
인도네시아 형법은 동성애를 범죄로 규정하지는 않는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샤리아(이슬람 관습법)를 적용하는 아체주만 동성애를 금지하고, 적발 시 태형으로 다스린다.
하지만, 인구의 87%가 이슬람 신자이다 보니 종교적·사회적으로 동성애가 금기시되고, 이슬람 보수단체를 중심으로 동성애를 법으로 전면 금지하자는 요구가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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