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뒤 또 위기'…한숨소리로 끝난 2년만의 다보스포럼

입력 2022-05-26 14:20   수정 2022-05-26 15:40

'위기 뒤 또 위기'…한숨소리로 끝난 2년만의 다보스포럼
팬데믹 끝나가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인플레로 글로벌 위기 한목소리
젤렌스키 대통령 첫 연사로 러 제재·우크라이나 지원 호소


(브뤼셀=연합뉴스) 김정은 특파원 = 22일(현지시간) 개막해 26일 마무리된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차총회에선 끝이 보이는 팬데믹의 이후에 대한 기대보다는 전세계가 마주친 또 다른 '위기'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세계 정·재계의 유력 인사가 총출동하는 다보스포럼은 2020년 1월 열린 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취소됐다가 2년 만에 대면으로 열렸다.
올해 행사에선 우크라이나 전쟁과 세계적 인플레이션에 대한 부정적 전망에 논의가 집중됐다.
'전환기의 역사: 정부 정책과 기업 전략'을 주제로 한 이번 행사엔 50여 명의 국가, 정부 수반을 비롯해 정치인, 기업인, 학자, 시민사회 인사 등 2천500명이 참석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 존 케리 미국 대통령 기후특사도 참석했다.
한국도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대통령 특사단을 파견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최대 의제로…국제 정치·경제적 영향 논의
올해 다보스포럼의 최대 의제 가운데 하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그에 따른 국제 정치, 경제적 영향이었다.
23일 클라우스 슈바프 WEF 회장 환영 인사에 이어 나선 이번 포럼의 첫 연사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화상 연설에서 석유 금수를 포함해 러시아의 공격을 멈추기 위한 추가 제재가 필요하다고 촉구하면서 자국에 대한 무기 등 지원을 거듭 호소했다.
그는 "제재는 최대한이 돼야 한다"면서 "러시아와 이웃 국가를 상대로 잔혹한 전쟁을 벌이기를 원하는 다른 모든 잠재적인 침략국이 그들의 행동의 즉각적인 결과에 대해 분명히 알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중은 이 연설에 기립박수로 답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드미트로 쿨레바 외무장관을 비롯한 정부 관리와 의원들,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 등 10명가량이 현장에 참석해 상황을 국제사회와 공유하고 지지를 요청했다.
여러 세션에서 연설한 쿨레바 장관은 자국은 영토와 평화를 바꾸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번 전쟁에서 국제사회의 목표는 우크라이나의 완전한 승리가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러시아는 이번 포럼에서 완전히 배제됐다. 과거 다보스포럼에서 러시아가 국가 홍보에 쓰던 건물은 이번 전쟁의 참상을 담은 사진 등을 전시하는 공간인 '러시아 전쟁 범죄 하우스'가 됐다.
슈바프 회장은 환영사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향후 역사책에 제2차 세계대전과 냉전 이후 질서의 붕괴로 여겨질지는 전환점이라며 "향후 몇 년간 우리의 정치, 경제적 지형을 다시 만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인플레에 에너지·식량위기까지…세계 경제 '암울'
선진국과 빈곤국을 가리지 않고 맞닥뜨린 인플레이션도 다보스포럼의 핵심 관심사였다.
행사에 모인 기업인과 각국 정부 관계자는 향후 세계 경제에 대한 암울한 전망을 잇달아 내놨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세계적 경기침체까지 가려면 멀었다면서도 이는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뜻은 아니라고 밝혔다.
전쟁과 인플레이션이 끼치는 가장 큰 부작용으로 식량 위기가 꼽혔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24일 연설에서 "우리는 러시아가 자국의 에너지 물자를 어떻게 무기화하고 있는지를 목격하고 있다"며 "우리는 식량 안보에서도 같은 패턴이 나타나고 있는 것을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러시아 포병대는 우크라이나 전역의 곡물 창고를 고의로 폭격하고 있다"면서 "흑해에서 러시아 군함은 밀과 해바라기 씨를 실은 우크라이나 선박을 차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악재가 겹치다 보니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국제사회의 탄소 배출 감축 약속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진단도 나왔다.
석유, 가스 가격 급등 속에 이미 일부 국가는 에너지 수요를 맞추기 위해 석탄 등 다른 화석 연료에 의지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에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는 24일 다보스포럼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위기를 화석 연료 기반시설을 추가로 건설하는 구실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k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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