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파괴 등으로 줄어들었다가 지난겨울 모처럼 늘어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멕시코에서 겨울을 나는 제왕나비의 개체 수가 모처럼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멕시코 환경당국은 25일(현지시간) 세계자연기금(WWF) 등과 함께 낸 보고서에서 지난 겨울 멕시코를 찾은 제왕나비 개체 수가 전년도보다 35% 늘었다고 밝혔다.
제왕나비 개체 수는 나비들이 뒤덮은 숲 면적으로 조사하는데, 2020년 12월 2.1㏊였던 서식 면적이 지난해 12월엔 2.84㏊로 늘어난 것이다.
미국과 캐나다에 서식하는 제왕나비들은 매년 겨울이면 기후가 더 온화한 멕시코로 이동해 겨울을 난다. 왕복 이동 거리는 최장 5천㎞에 달한다.
제왕나비들이 멕시코 숲을 빼곡하게 뒤덮은 모습은 전 세계 관광객들을 사로잡는 장관이기도 하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인한 극단적인 기상 상황이나 서식지 감소, 농약 사용 증가, 불법 벌목으로 인한 멕시코의 숲 파괴 등이 제왕나비의 번식과 이주를 위협하면서 멕시코로 오는 제왕나비 숫자는 감소세다.
1990년 중반의 경우 제왕나비가 뒤덮은 멕시코 숲의 면적이 18.2㏊에 달했다.
모처럼 제왕나비 숫자가 증가로 반전한 것을 놓고 전문가들은 지난 겨울 산불 등으로 인한 나무 손실이 전년도보다 적었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아울러 나비들이 기후변화에 적응해 이주 시기를 조정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통상 제왕나비는 10∼11월 북미에서 출발해 겨울을 지낸 뒤 3월 멕시코를 떠나는데 2020∼2021년 겨울을 난 뒤 나비들은 예년보다 이른 2월쯤 귀환했고, 올해의 경우 4월까지도 머물렀다는 것이다.
글로리아 타베라 멕시코 국가자연보호구역위원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나비들이 극단적인 기후 조건에 적응하기 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비록 지난 겨울 나비 개체 수가 늘었다고는 해도 여전히 제왕나비의 이주는 위협받고 있다며 보호 노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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