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비상' 매파적 한은에 주식·원화·채권 '트리플 약세'

입력 2022-05-26 17:01  

'물가비상' 매파적 한은에 주식·원화·채권 '트리플 약세'
추가 금리 인상 시사에 코스피, 장중 약세 전환
기준금리 전망치 연 2.50∼2.75%까지 상향
정부, 내주 민생안정대책 발표…금융당국, 금융시장 위험 관리 강화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김유아 기자 = 26일 첫 지휘봉을 잡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물가 고공 행진에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하면서 주식과 원화, 채권값이 일제히 하락했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77포인트(0.18%) 내린 2,612.45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오름세를 보이던 지수는 이 총재의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인 발언에 즉각 반응해 약세로 돌아섰다.
장중 한때 2,602.01까지 떨어졌다가 외국인이 다시 매수우위로 돌아서면서 가까스로 낙폭을 만회했다. 코스닥지수도 1.26포인트(0.14%) 하락한 871.43으로 마감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도 전날 종가보다 2.4원 오른 달러당 1,267.0원에 마쳤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금리도 일제히 상승(채권값 하락)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9bp(1bp=0.01%포인트) 오른 연 2.955%에 장을 마쳤다.
10년물 금리는 연 3.238%로 6.1bp 상승했다. 5년물과 2년물은 각각 3.3bp, 1.9bp 올라 연 3.149%, 연 2.719%에 마감했다.
한은은 이날 오전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기존 연 1.50%에서 1.75%로 0.25%포인트(p) 인상했다. 금통위가 두달 연속 금리를 인상한 건 15년 만이다.
한은은 또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의 3.1%에서 4.5%로 14년 만에 최고치로 올리고, 올해 경제성장률을 3.0%에서 2.7%로 낮췄다.
이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수개월 간 물가를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할 것"이라며 "물가상승률은 당분간 5% 이상 높아지고, 상당한 경우 내년 초에도 4%, 3%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연말 기준금리가 연 2.25∼2.50%에 달할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에 "합리적 기대"라고 말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한은이 예상보다 더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인 성향을 드러냈다며 이번 금리 인상 사이클에서 최종 기준금리 전망치를 연 2.50∼2.75%까지 상향 조정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이번 금통위에서 물가 안정을 위한 선제 대응 의지를 드러낸 만큼 연말 기준금리 전망을 연 2.25%에서 2.50%로 상향한다"며 "8월에 물가 상향 위험이 더 유입되면 기준금리는 내년 상반기까지 연 2.75%까지 인정해야 할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기준금리 인상에도 국내 가상화폐 시장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큰 변동 없이 보합권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날 오후 4시 40분 기준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 1비트코인 가격은 3천809만3천원으로 24시간 전보다 0.50% 올랐다. 같은 시간 빗썸에서는 0.39% 오른 3천804만5천원에 거래되고 있다.
서철수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은은 당분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기대심리 억제를 위해 긴축기조를 유지할 것이나 오는 7월 추가 인상 이후 경기 둔화 우려에 신중한 태도를 보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주식과 채권 등 금융시장은 이날 한은의 금리 인상 기조를 상당 부분 선반영해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인식하고 물가 부담을 일부 완화하기 위해 다음 주 초 민생안정대책을 발표하기로 했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차 경제관계차관회의를 열고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으로부터 민생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지금 경제팀에 주어진 최우선 과제"라며 "당장 실행할 수 있는 과제를 중심으로 민생안정 대책을 마련해 다음 주 초에는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감독원도 이날 자본시장 리스크 대응반을 꾸려 금융시장 동향을 점검하는 한편 자본시장 변동성 확대가 금융시스템 위기로 전이되지 않도록 위험 요인 관리와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indig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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