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공은 정부 손에…각종 규제 풀어야"
(서울=연합뉴스) 재계팀 = 대기업들이 1천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일자리 창출과 국내 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투자가 주로 첨단산업에 집중된 3~5년의 중장기 계획이기는 하지만, 투자가 제대로 이뤄진다면 중소기업과 경제 전반에 낙수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문가와 업계는 기대했다.
26일 산업계에 따르면 삼성과 SK, 현대자동차, LG, 롯데 등 5대 그룹과 포스코, 한화, GS, 현대중공업그룹, 신세계, 두산이 발표한 향후 투자액은 총 1천60조6천억원에 달한다. 이중 국내 투자가 80%를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기업들의 이러한 대규모 투자는 우리 경제가 처한 대내외 위기를 극복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조경엽 경제연구실장은 "고물가·고금리·고환율·고유가 등으로 경기가 다시 침체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대기업들의 투자는 대내외 위기 극복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다양한 연관 산업에 낙수효과도 기대된다.
주현 산업연구원장은 "그동안 대기업들은 노동집약적 산업군보다 자본집약적 산업에 주력해왔고, 사업 범위도 전 세계로 넓어지면서 국내 산업과의 연계 효과가 과거보다 줄어든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이번에 발표한 투자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실제 투자가 실현된다면 국내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향후 5년간 국내에서만 360조원을 투자하고 8만명을 신규 채용하겠다고 밝힌 삼성전자[005930]는 국내 1차 협력회사만 700여곳이며 협력회사 직원은 37만명, 거래 규모는 연간 31조원에 달한다. 2차, 3차 협력사까지 더하면 1만곳이 넘는다.
삼성전자는 이번 투자를 통해 총 107만명의 고용 유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업 가치를 키워 고용과 투자를 늘리면 이들 협력회사에도 '파이'가 돌아갈 수 있으며 이는 결국 전체 산업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이 국내 63조원·미국 13조원을 포함해 총 80조원에 가까운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국내 부품업계도 투자의 온기가 전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기존 내연기관 차량의 상품성 개선과 고객 서비스 향상 분야에 가장 많은 38조원을 쏟아붓는데 이러한 투자는 미래차로의 전환기 속에서 침체에 빠진 내연기관차 부품업체들이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아울러 현대차그룹의 대미 투자에 발맞춰 관련 부품사들도 미국에 진출하는데 이에 따른 효과도 예상된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부 교수는 "중소부품업체들이 현대차의 투자로 시너지 효과를 누릴 것"이라며 "자동차업계의 중추이자 허리였지만 그동안 침체를 벗어나지 못했던 부품업체에는 희소식"이라고 평가했다.
중소기업계에서는 중소제조업 10곳 중 4곳이 대기업과 협력 관계에 있는 만큼 대기업의 투자 확대가 이들 중소협력업체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국내 중소기업 종사자가 전체 기업 종사자의 82.7%를 차지하는데 중소기업이 성장하면 일자리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고용 창출은 양극화 등 사회갈등 해소에 상당 부분 기여할 것이고, 이를 통해 현 정부가 추구하는 '국민 행복시대'를 여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낙수효과가 제대로 발휘되려면 정부도 규제개혁, 노동개혁 등을 통해 국내 투자환경을 개선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반도체, 배터리 등 미래 먹거리 산업에 투자하겠다고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만큼 이런 좋은 분위기가 다른 기업에까지 확대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도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각종 규제로) 공장 하나도 짓기가 쉽지 않다"면서 "기업들이 투자 계획을 밝히고 정부에 공을 넘긴 만큼 앞으로 규제 완화 목소리는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fusionjc@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