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초등학교 총격 참사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사연 속속 전해져
'절친이 죽었어요' 치료하던 아이에게서 딸 소식 접한 응급요원 아빠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미국 텍사스주의 시골 마을 유밸디의 한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무차별 총기 난사 사건 희생자들의 신원이 추가로 밝혀지면서 안타까운 사연들도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
CNN 방송은 25일 오후(현지시간)까지 최소한 희생자 13명의 가족이 사망 통지를 받았다고 26일 전했다. 이 중 희생자 9명의 시신은 25일 밤까지 가족들에게 인도됐다.
법원은 남은 12명의 시신도 늦어도 26일까지는 가족들에게 인도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4학년 교사였던 어마 가시아는 사건 당시 학생들을 총격으로부터 보호하려다 숨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영웅'으로 불리고 있다.
가시아의 조카인 존 마티네즈는 수사 당국으로부터 가시아가 학생들을 총격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을 도왔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마티네즈는 "나는 가시아가 아이들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희생하고 목숨을 걸었던 누군가로 기억됐으면 한다"며 "그 아이들은 단지 학생이 아니었다. 그들은 그녀에게 자식들이었다"고 말했다.
마티네즈는 "그녀는 목숨을 던졌고 아이들을 보호하려다 목숨을 잃었다. 그녀는 그런 사람이었다"고 강조했다.
가시아는 23년간 교직에 몸담았으며 역시 이번 총격으로 숨진 교사 이바 머렐레스를 도와 5년째 보조교사로 일해왔다. 가시아는 아내이자 네 아이의 엄마였으나 다시는 아이들을 볼 수 없게 됐다.
가시아의 유족은 모금 사이트 '고펀드미'에서 장례식 비용 등 모금 운동에 나섰다. 유족은 고펀드미에 올린 글에서 "그녀는 학급의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 그녀는 영웅이었다. 많은 사람이 그녀를 사랑했으며 진정으로 그리워할 것"이라고 밝혔다.
17년 경력의 교사 머렐레스의 딸인 애덜린은 트위터에 엄마와 같이 찍은 사진과 함께 추모의 글을 올렸다.
애덜린은 "엄마. 엄마는 영웅이예요. 계속 나 자신한테 이건 진짜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어요. 엄마 목소리를 듣고 싶어요. 저한테 큰 삶의 영감이 돼주신 것에 대해 감사해요. 엄마의 딸인 걸 영원히 자랑스러워 할 거예요. 사랑하는 엄마. 또 만나요"라고 썼다.
다른 희생자인 에이머리 조 가자(10)의 아빠 에인절 가자는 CNN에 출연해 응급요원으로서 현장에 출동해 온몸이 피로 덮인 한 소녀를 돌보다가 딸이 숨졌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오열했다.
이 소녀가 '내 제일 친한 친구가 총에 맞아 죽었어요. 숨을 안 쉬어요. 경찰에 전화를 하려고 했어요'라고 말했고, 그 친구의 이름이 뭐냐고 묻자 딸의 이름이 대답으로 나왔다고 에인절 가자는 전했다.
에인절 가자는 지난 10일이 에이머리의 열 번째 생일이었고 그때 갖고 싶어했던 휴대전화를 선물로 사줬다면서 "내 딸이 (전화로 경찰에 신고해) 같은 반 친구들을 살리려 하다가 죽었다는 걸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그녀는 모두를 구하고 싶어했다"며 울먹였다.
에인절 가자는 "대체 내 딸이 희생자가 될 만한 무엇을 했는지 알고 싶다"고 말했다.
렉시 루비오(10)는 이날 학교에서 '올 A 학점' 대상자 명단인 아너 롤(honor roll)에 올라 가족과 친구들의 축하를 받은 뒤 참변을 당했다.
엄마인 킴벌리 루비오는 "사랑한다고 말했고 수업 후에 데리러 가겠다고 말했다. 그게 작별 인사가 될 줄은 몰랐다"고 페이스북에 올렸다.
루비오의 부모는 "그 애는 친절하고 상냥했으며 삶에 감사했다. 소프트볼에서 올스타로 뽑혔고 스포츠에서든, 공부에서든 밝은 미래를 맞을 예정이었다. 우리가 우리 아이를 그리워한다는 걸 온 세상이 알면 좋겠다"고 말했다.
루비오의 아빠로, 사건이 벌어진 유밸디카운티의 부보안관으로서 현장에도 출동했던 필릭스 루비오는 "내가 바랄 수 있는 것은 내 딸이 그저 숫자가 아니었으면 하는 것"이라며 총기 폭력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테스 머리 마타(10)는 디즈니월드로 여행을 가기를 꿈꾸며 저축을 해오고 있었다. 언니인 페이스 마타는 테스가 틱톡 댄스와 가수 아리아나 그란데를 좋아했다고 전했다.
페이스 마타는 페이스북에 "내 눈에는 네가 희생자가 아니라 생존자로 보여. 항상 너를 사랑해. 네가 꿈꿀 수 있었던 것보다 너의 날개가 더 높이 솟아오르렴"이라고 썼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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