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업' 기술과 형상기억합금 활용…다양한 형태· 크기 로봇개발 가능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벼룩보다 작아 자세히 들여다봐야 볼 수 있는 초소형 로봇이 개발됐다. 폭이 약 0.5㎜밖에 안 돼 지금까지 개발된 원격조정이 가능한 보행 로봇으로는 가장 작은 것으로 제시됐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에 따르면 이 대학 생체전자공학 교수 존 로저스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레이저빔으로 조종할 수 있는 게 모양의 초소형 로봇을 개발한 결과를 로봇 전문 학술지 '사이언스 로봇틱스'(Science Robotics)에 발표했다.
이 로봇은 열을 가했을 때 기억된 형태로 복원되는 '형상기억 합금'으로 동체를 만들고, 얇은 유리 코팅으로 형체를 구성해, 복잡한 장비나 동력 없이 동체의 탄성변형에너지로 움직인다.
레이저빔으로 특정 부위에 열을 가하면 기억된 형태로 변했다가 식으면서 원래 형체로 되돌아오는 과정에서 에너지를 얻어 기어가거나 뛰어오르는 등의 다양한 동작을 구현할 수 있다고 한다.
연구팀은 이 로봇이 초(秒)당 동체의 절반 길이를 이동할 수 있다고 했다.
연구팀은 "로봇이 작아 열이 식는 속도도 아주 빠르다"면서 "로봇의 크기를 줄이면 더 빨리 움직일 수 있다"고 했다.
연구팀은 책을 펼쳤을 때 그림이 튀어 오르는 '팝업북'에서 영감을 얻은 조립 기술도 활용했다. 8년 전에 개발된 이 기술은 우선 평면으로 특정 모양을 만든 뒤 팽팽하게 잡아당긴 고무 기판에 붙여, 잡아당기는 힘이 늦춰졌을 때 3차원 형태의 모양이 튀어 오르게 한다.
연구팀은 이런 기술과 형상기억합금을 소재로 활용하면 게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와 크기의 로봇을 개발할 수 있다고 했다.
연구팀은 아직 실용화 이전 연구 단계이지만 이를 통해 초소형 로봇이 극도로 좁은 공간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세상이 더 앞당겨질 것으로 믿고 있다고 밝혔다.
로저스 교수는 "초소형 로봇이 산업 분야에서 작은 구조물이나 기계를 수리 또는 조립하고, 수술실에서는 혈관 내 혈전이나 악성종양을 제거하고 내출혈을 멈추게 하는 등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을 상상할 수 있다"면서 "이번에 활용된 조립 기술과 소재를 이용하면 거의 모든 크기와 형태의 보행 로봇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로봇 소형화를 연구해 온 로저스 교수팀은 앞서 지난해 가을에는 민들레 씨앗처럼 바람을 타고 움직이며 공중에 최대한 오래 머물러 대기 중의 먼지 등을 측정할 수 있는 1㎜ 이하의 초소형 비행체를 만들어 '네이처'(Nature)에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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