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브라질 경찰이 과거 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처럼 한 흑인 남성을 가스에 질식해 숨지게 한 사건이 벌어졌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26일(현지시간) 이 사건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널리 퍼지며 브라질 전역에서 공포와 분노를 촉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SNS와 현지 언론을 통해 공개된 영상은 25일 브라질 북동부 세르지피주 움바우바에서 고속도로 순찰관 3명이 한 흑인 남성을 지목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바뀐 화면에는 이 남성의 두 다리가경찰차 트렁크 밖으로 삐져나와 발버둥 치는 모습이 보인다.
트렁크 틈새로는 흰 연기가 자욱하게 퍼져 나온다. 남성의 발길질이 멈출 때까지 경찰은 트렁크를 열지 않았다.
제니발도 데 헤수스 산투스라는 이름의 이 38세 흑인 남성은 뒤늦게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을 거뒀다.
현장에 있었다는 그의 조카는 삼촌이 체포될 당시 무장하지 않았는데도 경찰이 그에게 가혹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찰이 최루탄을 차 안에 던져넣었다"며 "삼촌이 심장이 안 좋고, (조현병 탓에) 정신적인 문제도 있다고 계속 말했지만, 경찰은 고문을 멈추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대낮에 벌어진 일이었고, 주변에는 적잖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물러나라는 경찰의 윽박에 손을 쓰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을 '브라질판 플로이드' 사태로 보고 있다.
사인은 2020년 5월 백인 경찰의 무릎에 목이 짓눌려 숨진 미국 비무장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와 마찬가지로 질식사였다. 경찰의 잔혹함도 닮은 꼴이었다.
움바우바에서 격렬한 항의 시위가 벌어지는 등 논란이 커지자 브라질 연방 경찰은 이번 사건을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연방 교통경찰도 당국의 조사에 협조하겠다면서 연루된 경찰관을 정직 처분했다고 밝혔다.
목격자들과 경찰의 주장은 달랐다. 경찰은 산투스가 적극적으로 저항했다며 경찰서로 호송하는 과정에서 상태가 안 좋아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산투스의 조카는 경찰이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삼촌을 멈춰 세운 뒤 셔츠를 들어 올려 보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그는 "경찰이 약 봉투를 발견했고, 경찰에게 삼촌의 정신병 치료약이라고 알렸지만, 그때부터 경찰은 돌변했다"고 설명했다.
산투스의 아내인 마리아 파비아나 도스 산투스는 남편이 조현병을 앓았지만 한 번도 폭력을 사용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남편과 17년간 살았지만, 한 번도 누구를 폭행하거나 잘못된 일을 하지 않았다"며 "언제나 옳은 일을 하려고 한 사람"이라고 했다.
브라질 경찰은 과도한 폭력성으로 악명 높다.
이번 사건 전날에도 경찰은 리우데자네이루 빈민가에서 마약 밀매 조직 수색에 나서 총격전 끝에 무고한 일반시민을 포함해 21명을 사살했다.
2020년 한해에만 브라질 국민 6천명이 경찰의 조준 사격에 희생됐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고 WP는 전했다.
'범죄와의 전쟁'을 공약해 2018년 당선된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취임 직후 "범죄자들은 바퀴벌레처럼 거리에서 죽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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