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비아섬 정박 중 국제 제재 위반으로 억류
"미, 이란 원유 다른 배로 옮기는 중"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미국이 그리스 인근에서 이란 국적 유조선에 실린 이란산 원유를 압수했다고 로이터·AP 통신 등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달 말 이란 국적의 유조선 '라나'호는 기술적 문제와 악천후를 겪다 그리스 남부 에비아섬 인근에 정박했다.
그리스 당국은 이 배가 국제 제재를 위반해 이란산 원유를 운반한다며 억류했다.
유조선에 실린 원유는 10만t 이상으로 알려졌다.
그리스 당국자는 미국의 사법적 개입에 따라 이 배에 실려 있던 이란산 원유를 다른 선박으로 옮기고 있다고 AP에 말했다.
2018년 미국은 이란과 맺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서 탈퇴하면서 이란산 원유에 제재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 이란 정부는 미국의 행동이 "국제해양법과 국제협약 위반"이라며 "명백한 해적 사례"로 규정했다고 이란의 국영 IRNA 통신이 보도했다.
또 이란 외무부는 전날 그리스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으며 이날도 스위스 대사를 소환해 항의했다. 이란에는 미국 대사관이 없어 스위스 대사가 미국을 대표한다.
로이터는 이 유조선이 러시아 선사 트랜스모르플로트 소유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직전인 2월 22일 미국이 제재 명단에 올린 5척의 유조선 중 하나였지만 이달 1일부터 이란 국기를 달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미국은 라이베리아 국적 유조선 '아이스 에너지'를 고용해 라나에 실려 있던 이란 원유를 나르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압류가 이란 원유 때문인지, 러시아 제재 때문인지는 현재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이란 핵합의 복원 회담이 재개될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벌어졌다.
조 바이든 정권이 들어서면서 이란 핵합의 복귀 움직임이 시작됐고, 최근에는 타결이 임박했다고 알려질 만큼 협상이 진전됐다.
하지만 이란과 미국이 이란 혁명수비대의 외국 테러 조직(FTO) 지정 철회 문제 등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교착 상태에 빠졌다.
미국이 이란산 원유를 압류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미국은 2020년에도 이란산 원유를 싣고 베네수엘라로 향하던 이란 선박 4척을 적발해 화물을 압수한 바 있다.
laecorp@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