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이란 혁명수비대가 27일(현지시간) 걸프 해역에서 2척의 그리스 유조선을 나포했다.
이는 미국이 이란 유조선에 실린 석유를 압류하는 과정에 도움을 준 형국이 된 그리스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보여 다시 걸프 해역의 긴장이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혁명수비대는 이날 성명을 통해 2척의 그리스 유조선을 나포했다면서, 그 이유로 '위반 행위'(violation)가 있었다고 밝혔다.
나포 대상 선박명과 나포 시간, 구체적인 나포 이유에 대해서는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
그리스 측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란 해안에서 22마일 떨어진 공해상에서 헬기를 동원해 그리스 선적의 '델타 포세이돈'호를 나포했다. 이 선박에 탔던 2명의 그리스인을 포함한 선원들도 억류됐다.
또 이란 인근 해상에서는 그리스 국적자 7명이 탑승한 다른 선박이 유사한 일을 당했다고 그리스 외무부는 부연했다.
그리스 외무부는 "이란 당국이 폭력적으로 2척의 배를 나포한 것은 해적행위에 해당한다"고 비판하면서, 자국 주재 이란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고 밝혔다.
중동에 주둔한 미 해군 5함대의 티머시 호킨스 사령관은 "현재 상황을 추적 중"이라며 구체적인 언급은 거절했다.
이란의 그리스 유조선 나포는 미국이 이란 유조선에 실려있던 석유를 압수하는 과정에 도움을 준 그리스에 대한 일종의 보복으로 풀이된다.
전날 미국은 그리스 남부 에비아섬 인근에 정박했던 이란 국적의 유조선 라나 호에 실려 있던 이란산 원유 10만여t을 압류해 다른 선박으로 옮겼다.
앞서 그리스 당국은 지난달 말 기술적 문제 등을 일으켰던 이 선박이 대이란 제재를 위반해 이란산 원유를 수송했다며 억류 조치했다.
이란 정부는 미국의 석유 압류 조치를 '국제해양법과 국제협약 위반', '명백한 해적 사례'라고 규정하며 반발하며 보복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란 외무부는 또 그리스 대사와 미국 대사 업무를 대신하는 스위스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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