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조적 '제로 코로나' 제동 걸며 식량안보 강조
(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중국의 경제 수장 리커창 총리가 "코로나19 방역 통제가 곡물 수확을 방해해선 안 된다"며 안정적인 식량 생산을 독려하고 나섰다.
28일 중국 관영 통신 신화사와 중국중앙TV(CCTV)에 따르면 리 총리는 지난 26일 열린 전국 식량 생산 대책 화상회의에서 "어떠한 이유로도 임의로 방역 검문소를 설치해 농업 인력과 농자재 이동을 막지 말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여름 식량 생산이 차질을 빚을 경우 엄중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리 총리는 "식량 수확 첫 시기인 여름 농사가 풍작을 이뤄야 한 해 생산 목표를 달성할 수 있고, 물가 안정을 꾀할 수 있다"며 "시간을 낭비하거나 한 톨의 식량도 수확하지 않은 채 남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리 총리는 하루 전인 지난 25일 경제 안정화 대책 전국 화상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도 식량 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방역 통제가 곡물 수확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발언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이 화상 회의에는 성·시급은 물론 말단인 현·구 지방 정부 책임자들까지 10만 명이 넘게 참석했다.
리 총리는 이 회의에서 자국 경제가 2020년 우한 사태 때보다도 더욱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며 방역 지상주의가 경제를 망쳐서는 안 된다고 '교조적 제로 코로나'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리 총리의 식량 안보 강조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장기화와 인도의 밀 수출 규제, 주요국 곡물 작황 부진으로 이미 급등한 국제 곡물가격이 추가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나왔다.
과도한 방역 통제로 올해 중국이 목표로 삼은 6억5천만t의 식량 생산을 달성하지 못한다면 중국 소비자 물가지수의 핵심 요소인 식품 가격은 물론 다른 물가 상승도 자극할 수 있다고 SCMP는 분석했다.
중국 농업 컨설팅업체인 오리엔트의 수석분석가 마원펑은 "코로나19가 진정되면서 농업 생산과 물류 교란이 줄어들고 있다"며 "과도한 방역 통제만 없다면 수확 철로 접어든 중국의 밀 생산은 안정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중국 곡물 가격은 국제 시세보다 낮다"며 "중국이 수입을 줄이면 국제 식량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사회과학원 농촌개발연구소 리궈샹 연구원은 "방역 통제가 유일한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며 "경제와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p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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