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외교부장, 8개국 순방…사모아 총리와 양자 회담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중국이 남태평양의 전략적 요충지인 솔로몬제도와 안보 협정을 맺은 데 이어 인근 섬나라인 사모아와도 상호 협력 강화를 골자로 한 협약을 체결했다.
사모아 정부는 28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전날 자국에 도착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피아메 나오미 마타아파 사모아 총리가 양자 회담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중국과 사모아의 외교관계 강화를 목적으로 진행된 이 회담에선 "역내 핵심 현안인 기후변화,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유행), 평화·안보 문제가 논의됐다"고 사모아 정부는 전했다.
이어 "중국은 보건, 교육, 행정, 인적자원개발, 스포츠 발전, 농업분야 기술협력 등과 관련해 사회기반시설을 발전시키려는 사모아의 핵심 발전 파트너"라면서 "중국과 사모아 양자관계의 핵심은 '하나의 중국 원칙'의 고수"라고 덧붙였다.
사모아 정부는 왕 부장과 마타아파 총리가 각종 사업과 관련한 경제·기술협력 협약을 체결하고, 경찰학교 건설을 보완하기 위해 경찰 지문분석 연구소 관련 서한을 교환하기도 했다면서 양국이 "더 큰 협력"을 추구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협약의 구체적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AFP 통신은 서명식이 현지언론에 공개됐지만, 기자들의 질문이 허용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이번 협약은 남태평양 바다 한가운데 있으면서 전략적 가치가 크다고 평가되는 남태평양 섬나라들을 상대로 호주와 중국이 각각 '구애 경쟁'을 펼치는 가운데 체결된 것이다.
앞서 중국은 지난달 호주에서 약 2천km 떨어진 섬나라 솔로몬제도와 안보협정을 맺었다. 해당 협정에는 중국 군함이 솔로몬제도에서 보급을 받을 수 있으며 사회질서 유지를 위해 군과 무장경찰을 파견할 수 있다는 등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패권 추구를 견제해 온 서방 국가들에는 비상이 걸렸다.
특히,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구성한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에 각각 속한 호주는 자국의 앞마당에 중국이 발을 들여놓은 셈이어서 더욱 경계심을 보인다.
호주는 페니 웡 신임 외교장관을 27일 피지에 급파하는 등 맞불 외교전을 벌이는 모양새다.
웡 장관은 피지의 수도 수바에서 기자들을 만나 "우리는 (솔로몬제도와 중국의) 안보 협약에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해 왔다. 다른 태평양 섬들이 그러하듯 우리는 (그에 따르는) 대가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지역내 안보는 그 지역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주권국 간의 정상적인 외교 활동을 서방 언론 등이 악의적으로 왜곡한 이미지를 씌우려 한다고 반발했다. 왕 부장은 27일 첫 방문지인 솔로몬제도에서 양국의 안보협정을 겨냥한 "중상모략과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24일부터 열흘 일정으로 남태평양 8개국 등을 순방 중인 왕 부장은 현재까지 솔로몬제도와 키리바시, 사모아 등 3개국을 방문했다. 그는 28일 오후 사모아에서 피지로 이동할 예정이며 이후 통가, 바누아투, 파푸아뉴기니, 동티모르 등을 차례로 방문할 것으로 전망된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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