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구어체로 솔직한 답변…"모르는 걸 모른다고 하는 것도 한은의 임무"
데이터 확인되면 명확한 메시지 전달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오주현 기자 = 취임 1개월을 맞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쉽고 명확한 화법이 금융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6일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처음 주재하고 기자 회견에 나선 이 총재의 소통 스타일이 전임 이주열 총재와 뚜렷하게 대비된다는 평가가 금융시장에서 나오고 있다.
이 전 총재가 매우 신중하고 암시적 문어체 표현을 많이 사용한 것과 달리, 이창용 총재는 상대적으로 쉽고 뜻이 명확한 구어체로 현재 상황을 주로 설명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그를 포함한 금통위는 이번 통화정책방향 회의 의결문에서 "당분간 물가에 보다 중점을 두고 정책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명시했다. 사실상 '이후 추가 금리 인상이 잇따를 것'이라고 대놓고 예고한 셈이다.
더구나 이 총재는 언론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이 '당분간'이라는 단어에 대해 "당분간을 수개월로 해석하는 것은 제 의도와 부합한다"고 친절하게 부연 설명까지 했다.
이런 '이창용 금통위'의 추가 인상 시사는 "당분간 통화 완화정도를 적절히 조정해 나간다", "현재의 완화적 통화정책을 향후 적절한 시점부터 질서 있게 정상화해 나가야 한다" 등 '이주열 금통위'의 다소 모호한 메시지와 전혀 다른 방식이다.
최근 물가 급등으로 그만큼 기준금리 인상 명분이 더 뚜렷해졌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이주열 전 총재는 결과적으로 작년 8월, 11월과 올해 1월까지 세 차례나 기준금리를 올리면서도 매번 '금리 인상 시기는 여러 요소를 고려해 결정하겠다'는 원론적 예고만 반복했다.
'언제까지 올릴 것인가'라는 질문에도 이창용 총재는 "중립 금리 수준으로 현재 기준금리 수준이 수렴하도록 해야 한다. 금통위원들도 중립 금리 수준으로 수렴하는 것이 우선 순위라고 생각한다"고 비교적 구체적으로 답했다.
한은이 생각하는 중립 금리 수준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이 언급으로 금통위 직후 시장에서는 "연내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2.50%까지 끌어올릴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부쩍 늘었다.
'솔직함'도 이 총재식 소통법의 특징으로 꼽힌다.
지난달 1일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처음 출근할 당시 하반기 물가 전망에 대한 질문에 그는 "경제 외적인 변수가 워낙 많아 하반기 물가가 어떻게 될지는 정말 모르겠다"며 "이럴 때는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 것이 한은의 임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한은 내부에서도 "이 총재의 소통은 철저하게 경제지표를 근거로 삼는 '데이터 디펜던트'(data dependent) 방식으로, 지표가 명확해지면 분명한 시그널을 통해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스타일"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솔직하고 친절해진 한은 총재와 금통위의 표현에 시장이 적응하는 데는 시행착오와 시간이 더 필요할 전망이다.
지난 16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회동 직후 이 총재는 "빅 스텝(한꺼번에 0.50%포인트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돌출 발언으로 외환·채권시장을 흔들었다.
그는 금통위 기자 간담회에서 이 발언에 대해 "빅스텝을 언급한 것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통화정책 운용 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원론적 의미였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며 "특정한 시점에 빅스텝을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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