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 보도…"우크라에서 자행한 전쟁범죄 의혹 희석 의도"
(파리=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기 위해 우크라이나군 포로들을 대상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열린 '뉘른베르크 군사 법정'을 모델로 한 전범재판을 추진할 것이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전쟁 명분으로 표방한 우크라이나의 '탈나치화'는 언제나 숙청과 여론 조작용 재판(show trial)을 가리키며 전쟁 발발 직후 러시아의 전직 외교관은 왓츠앱에 "뉘른베르크 2.0을 준비하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이 수립한 자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의 수장 데니스 푸실린은 최근 "우리는 공화국 영토에 군사 법정을 꾸리는 방안을 준비 중"이라면서 1943년 '하르키우 재판'이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재판에서 옛소련군은 독일인 3명과 우크라이나인 1명을 재판해 교수형을 선고했는데 처형 장면을 담은 사진은 미국 잡지 라이프에 보도됐다.
이 밖에도 러시아 외무부나 의회의 지도급 인사들 사이에서 마리우폴에서 투항한 우크라이나군 병사들을 포로 교환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러시아에 합병된 크림 지역 수장은 러시아에 점령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이 "뉘른베르크의 교훈을 잊은 모든 이에게 교훈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방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군 포로들에 대한 '정치적 재판'이 실제로 진행될 것이며 이는 러시아에 쏠린 전쟁범죄 의혹을 희석하는 역할도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에 관한 책을 낸 프랜신 허시 미국 위스콘신-매디슨대 역사학 교수는 이 재판이 "푸틴 대통령의 '탈 나치화' 명분을 뒷받침하는 정치적 재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노사이드(집단학살) 전문가인 필립 샌즈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교수는 "러시아는 (러시아군 전쟁범죄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의 단죄 논의와 우크라이나의 기소 움직임에 역공을 가하려 할 것"이라고 밝혔다.
샌즈 교수는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에서 나치 전범들에게 적용했던 '침략의 죄'를 러시아의 전쟁 책임자에게 묻기 위한 특별법정 설립 논의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략을 일체 부인하는 러시아가 뉘른베르크식 전범재판을 거론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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