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로, 첫 좌파 대통령 도전…'콜롬비아 트럼프' 에르난데스 깜짝 선전
1차 투표서 각각 40%·28% 득표해 내달 19일 결선 맞대결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남미 콜롬비아 대통령 선거가 게릴라 출신 좌파 후보와 기업인 출신 '포퓰리스트' 후보의 맞대결로 압축됐다.
29일(현지시간) 콜롬비아 선거 당국에 따르면 이날 치러진 대선 1차 투표에서 좌파 연합 '역사적 조약'의 후보가 구스타보 페트로(62)가 40.3%(개표 98% 기준)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어 무소속의 로돌포 에르난데스(77)가 28.1%, 중도우파 페데리코 구티에레스가 23.9%로 뒤를 잇고 있다.
콜롬비아 대선에서는 1차 투표에서 과반을 득표한 후보가 있으면 당선을 확정 짓고, 그렇지 않으면 1, 2위 후보가 결선 양자대결로 당선자를 가린다.
이에 따라 페트로와 에르난데스가 내달 19일 다시 한번 맞붙게 됐다.
젊은 시절 좌익 게릴라 단체 M-19에서 활동하기도 한 반군 출신의 페트로는 2012∼2015년 수도 보고타의 시장을 지냈고, 현직 상원의원이다.
2010년 대선에 처음 도전해 9% 득표율로 4위, 2018년 대선에선 이반 두케 현 대통령과 결선 대결까지 펼친 후 2위로 낙선했다.
그는 당선 후 세제 개혁, 빈곤 해소, 친환경 경제로의 전환 등을 약속했으며, '최후의 반군' 민족해방군(ELN)과 평화협상을 재개하겠다고 말했다.
페트로가 당선되면 콜롬비아 국민은 처음으로 선거에서 좌파 대통령을 뽑는 것이 된다.
에르난데스는 건설 기업인 출신으로 북부 부카라망가 시장(2016∼2019년)을 지냈다.
반(反)기득권을 자처하는 아웃사이더 포퓰리스트인데다 거침없는 언행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자주 비교되며 '콜롬비아의 트럼프'로 불렸다. 이념 성향은 우파에 가까운 것으로 분류된다.
이번 대선 6명의 후보 중 가장 고령임에도 소셜미디어 틱톡을 통해 활발히 소통해온 그는 부패 척결을 외치며 막판 지지율을 끌어올려 결국 결선 티켓까지 따냈다.
1차 투표 전 페트로와 에르난데스의 가상 양자대결 여론조사에선 엇갈린 결과들이 나왔기 때문에 결선 승부는 박빙의 대결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대선은 콜롬비아가 불평등 확대와 가파른 물가 상승, 치안 악화 등으로 신음하고 있는 가운데 치러졌다.
콜롬비아의 빈곤율은 40%가량에 달하고 물가 상승률은 연 9.2%(4월 기준)로, 20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2016년 정부와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의 역사적인 평화협정으로 내전이 종식된 후에도 FARC 잔당과 ELN, 여러 마약 범죄조직이 뒤얽힌 무력 충돌은 이어지고 있다.
현 상황에 대한 불만족과 변화를 위한 열망은 2019년과 2021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터져 나오기도 했다.
칠레, 페루 등 중남미 다른 나라에서 그랬듯 야당 후보나 '아웃사이더' 후보들의 당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
내달 결선에서 승리한 후보는 두케 대통령에 이어 앞으로 4년간 집권한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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