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열악한 여성인권 때문에 주목받아…정치 입문 이후 험로"
박 "세대·젠더 상관없이 원하는 일 할 수 있어야"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미국 블룸버그통신이 30일 더불어민주당 박지현(26)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을 조명했다.
이 매체는 이날 '정치판에 뛰어든 26세 성범죄 투사(Fighter)' 제하의 기사에서 박 위원장에 대해 "권력형 성범죄, 여성에 대한 폭력, 윤석열 대통령의 젠더 정책에 분노하는 한국 여성 수백만 명의 '길잡이별'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박 위원장이 'N번방'의 존재를 폭로한 익명의 활동가에서 대선 기간 이재명 후보의 선거 참모를 거쳐 제1야당의 공동 수장을 맡기까지 과정을 상세히 소개했다.
박 위원장은 인터뷰에서 익명을 벗어던지고 정치권 전면에 나선 이유에 대해 "가족이 괜찮을지 너무 걱정됐지만, 내 목소리의 힘을 더 키워야 할 때가 온 것 같아서"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에서 20대 여성이 주요 정당 대표를 맡는 것은 놀라운 일이지만 앞으로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더 평범한 일이 됐으면 좋겠다"며 "세대·젠더와 상관없이 누구나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지난달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故)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조사를 위한 특검법의 본회의 상정 실패 후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다 눈물을 보인 바 있다.
이에 대해 "정치인들이 눈물을 흘릴 때 다들 연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사건에 익숙해져선 안 된다. 피해자가 있고 그 가족이 있다. 신속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박 위원장이 주목받게 된 배경이 한국의 열악한 여성 인권 상황이라고 해설했다.
이 매체는 한국에서 여성의 소득이 남성의 3분의 2밖에 되지 않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저 수준이며 남성은 국회의원 중 81%를, 상장사 임원직 중 95%를 차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여성인권 문제가 지난 한국 대선의 주요 의제로 부상했으나 여성 유권자는 여성부 철폐·성범죄 무고죄 처벌 강화 등을 앞세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선택하기도, 수많은 성범죄로 홍역을 치른 민주당이 내세운 이재명 후보를 택하기도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특히 민주당이 수많은 성범죄 의혹 탓에 '더듬어만진당'(the 'groping and touching' party)이라는 조롱을 들었다고도 덧붙였다.
박 위원장은 최근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내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지만 인터뷰에서 이와 같은 논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블룸버그 통신은 박 위원장이 민주당 지도부에 합류한 이후 험난한 길을 걷고 있다고도 전했다.
민주당 최강욱 의원의 온라인 회의 성희롱 발언 논란, 박완주 의원의 성비위 의혹 파문 등으로 박 위원장이 사과해야 했다고 보도했다. 박 위원장이 3월 말 천안함 침몰과 제2연평해전을 혼동하는 명백한 실수를 저질러 비판받았던 사례도 소개됐다.
또 박 위원장이 당내 성범죄 문제에만 너무 집착하고 지방선거 전략을 수립하는 데에는 무관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면서 반대파 중 일부는 박 위원장의 학력까지 거론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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