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개입보단 원가 절감 통한 자율적 가격 하락 유도
추경에 따른 물가 0.1%p 상승 상쇄 수준…"수입선 다변화 등 중장기 대응 필요"
(세종=연합뉴스) 차지연 박원희 기자 = 기획재정부는 30일 생활물가 안정과 생계비 부담 경감, 중산층·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윤석열 정부의 첫 민생안정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이 월간 물가 상승률을 0.1%포인트(p)가량 낮출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를 두고 소비자물가 상승률 5%대 진입이 눈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대책의 효과가 작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정부 대책의 물가 상승률 하락 효과가 크지 않은 것은 최근의 물가 상승세가 상당 부분 원자재 가격 인상 등 외부 요인에서 비롯돼 대응책에 한계가 있는 데다 정부가 시장에 대한 직접 개입은 최대한 피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는 우크라이나 사태, 주요 곡물 생산국 수출 제한 등에 따른 공급 차질로 글로벌 에너지·식량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것이 물가 상승세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돼지고기와 밀가루 등에 무관세를 적용하고 부가가치세 면제 품목을 일부 늘리는 등 '원가 절감'에 주력해 대책을 설계했다.
이번 대책 전반에는 민간의 자율을 중시하는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도 깔려있다.
정부가 직접적으로 시장에 개입해 가격을 통제하거나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하기보다는 원가를 줄여줘 자연스럽게 소비자 물가 하락을 유도하는 방안을 택한 것이다.
안동현 서울대 교수는 "내생적으로 발생한 물가 상승이 아니라 해외 요인에서 비롯된 물가 상승에 대응하려면 '티끌 모아 태산' 식으로 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던 1970년대처럼 할 수 없으니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정부와 한국은행 모두 조만간 5%대 물가 상승률이 현실화할 것으로 예상하는 상황에서 정부 대책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은 불가피하다.
한은은 전날 국회가 처리한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이 물가를 0.1%포인트 밀어 올릴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정부의 대책은 추경으로 올려놓은 물가 상승률을 다시 되돌리는 수준에 그치게 된 셈이다.
원가 절감을 통해 기업이 자율적으로 소비자 가격을 인하하게 유도하겠다는 정부의 의도가 제대로 실현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주무 부처가 업계와 소통하며 가격 인하에 대한 협조를 구할 것"이라며 "원가를 낮추는 것 외에도 저소득층이나 취약계층에는 지원금 지급 등으로 생계비 부담을 직접 줄여주는 방안도 대책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정부가 쓸 수 있는 대책을 최대한 마련한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상황에 따라 추가 대책을 준비하고 중장기적 대응에도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안 교수는 "필요하면 공공요금을 한시적으로 동결하고 부가세 면제도 확대 적용해 대응해야 한다"며 "시장경제를 덜 건드리면서 작은 부분부터 개입을 시작하되, 필요시에는 강력한 가격통제 정책을 가져가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당장은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지만, 수입선을 다변화하거나 식량주권을 강화하는 등 중장기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을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물가 상황이 더 나빠지면 추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윤인대 기재부 경제정책국 국장은 지난 27일 민생안정대책 관련 브리핑에서 "앞으로 물가 상황이 힘든 측면이 있기 때문에 상황을 봐서 추가로 할 수 있는 부분을 찾고 또 발표하는 식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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